[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나라당이 집권 4년 만에 최대 위기에 놓였다.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선출직 최고위원 중 남경필·유승민·원희룡 최고위원이 7일 동반사퇴하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가 출범 5개월 만에 와해됐다. 10.26 재보선 참패 이후 위태롭던 홍 대표 체제가 '선관위 디도스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내년 총선을 넉 달 앞두고 당 지도부가 붕괴되면서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당 내분이 가열될 전망이다. ◇당 최고위 와해= 이들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최고위원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이들의 사퇴로 지난 7.4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다섯 명의 최고위원 중 홍준표 대표와 나경원 최고위원만 남게 됐다. 나 최고위원이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칩거에 들어간 만큼 홍 대표만 자리를 지키는 모양새다. 홍 대표는 이날 남경필 최고위원의 동반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유승민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절망과 분노 앞에 참담한 마음으로 저희들의 잘못을 사죄 드린다"면서 "당을 구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날 사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의 뜻과 관계 없이 자신의 단독 결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유 최고위원이 친박계 몫으로 최고위에 입성한 만큼 박 전 대표의 동의 아래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10.26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으로 사퇴 요구를 받던 손 대표는 지난 달 연찬회에서 재신임을 받은지 열흘 만에 퇴진 위기에 놓였다. 홍 대표는 친박계의 지원으로 대표로 선출된 만큼 지난 5개월간 지속된 '홍-박 밀월관계'도 끝났다는 전망도 나온다.◇난파 직전 한나라 = 홍 대표 체제는 10.26 재보선 패배 이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했다. 친이계 소장파를 중심으로 쇄신 요구가 봇물을 이뤘다. "홍 대표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홍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기습 처리를 기획해 존재감을 과시했고, 지난달 연찬회를 통해 재신임에 성공하기도 했다.그러나 총선을 넉 달 앞둔 의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는 불충분했다. 가뜩이나 지역구에서 냉랭한 민심을 확인한 의원들은여당 의원 보좌진이 연루된 '디도스 사태'로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다. 당내 비박(非박근혜)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해체 주장이 나왔고, 일각에선 선도 탈당파가 등장할 것이라며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의 명단도 돌았다. 한나라당에서 지난 4년여간 수차례의 선거 패배 이후 나왔던 쇄신 요구와는 다른 양상이다. 4년여전 집권여당이던 열린우리당 해체 과정과 판박이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도 내홍을 부채질하고 있다. 당선 안정권인 영남권 중진들과 친이계 구주류들은 공천권을 쥔 홍 대표 체제가 유지될 경우 공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있다. 원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대표가 안으로는 박근혜 시대를 선언하고 한편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와 담합해 공천해 한나라당 의원들을 기득권에 얽어매는 구조로 이끌어가고 있다"며 "이런 구조로는 민생불안과 국정책임을 뒷받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홍준표 체제와 박근혜 대세론 만으로는 안된다"면서 "당을 해체하는 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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