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희기자
서울 종암동 자택 작업실에서 만난 김 정 화백(72)의 모습.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45년. 평생 '아리랑'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온 이가 있다. 김 정 화백(사진·남 72). 그래서 그의 별명은 '아리랑 화가'다. 관람객의 눈을 자극하거나, 경매시장에서 수억 원 대 작품을 내밀며 미술시장을 주름잡는 화가는 아니다. 다만 나이 스물일곱 부터 지금껏 '아리랑 시리즈'로 국내외에서 조용하게 전시를 이어왔다. 지난 26일 서울 종암동 그의 자택을 찾았다. 검은 털모자와 빨간 체크무늬 남방을 입고 아이 같이 환한 미소로 반기는 김 화백을 만났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지려나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 든다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김 화백은 기자에게 애잔한 '정선아리랑'을 들려주는 것으로 '아리랑 화가'로서의 인생 이야기를 시작했다.강원 정선 아라리 85-2, 130*93cm,1985
◆ '아우라지'와 '베토벤'= "미술대학을 다니다 군대를 막 제대한 27살 무렵에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연출가 허 규의 '아우라지'라는 연극을 본 적이 있어요. 정선에 있는 송천과 골지천이 합류되는 실개천을 소재로 한 연극이었는데 당시 나는 그 게 일본말인줄 알았죠."이처럼 연극을 본 그는 정선을 찾았고 그곳에서 마을 사람들의 아리랑을 들었다. 구슬프고 애잔한 아리랑. 소금을 구하려면 태백산을 넘어 삼척까지 고된 걸음을 해야 하는 산골벽지 정선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첫번째 정선에서의 여행은 아리랑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어 아리랑과 관련된 곳에는 안가본데가 없다. 영월, 평창, 강릉, 진도, 밀양, 부산, 서산, 강릉, 서울, 경기도 등. 가는 곳마다 아리랑 가락과 관련된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하며 그것을 색으로 승화시켰다. 그의 '아리랑 답사'는 한평생 계속됐다. 마흔이 돼 늦깎이 유학생으로 독일에서 공부할 때에도 아리랑 테마 작품을 남겼다. 지금까지 그가 그린 아리랑은 평면회화 200여점, 조각 및 입체 작품 100여점, 답사 스케치 800여점 등 1000여점이 넘는다. 경희대학교 서양화 전공 석사과정을 마친 후 한 참 뒤에야 독일로 간 까닭은 재밌게도 '베토벤' 때문이라 한다. 대학시절 베토벤의 클래식 음악에 빠져 종로통 음악 감상실을 전전했었던 그 열정이, 국악으로 그리고 독일 유학길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뿌리'에 대한 관심이 존재했다. 베토벤 개인에 대한 궁금증도 그렇고 아리랑 지역의 문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한국의 소리와 정서를 발견하는 작업도 같은 맥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