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부터 식탁까지 책임진다'..노르웨이 연어 양식장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체 '마린하베스트'의 양식장 직접 가보니..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체 '마린하베스트(Marine Harvest)'의 양식장 모습.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차로, 또 배로 30여분 떨어진 소트라(Sotra)에 있는 이 양식장에선 연어 63만7000여 마리가 자라고 있었다.

[소트라(노르웨이)=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투-둑, 투-둑."빗소리가 들려온다. '투둑'하는 소리가 더 잦아든다. 빗방울이 굵어지는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물속에서 뭔가 튀어 오르는 소리다. '투둑'. 은색 빛깔을 띤 물고기 한 마리가 모습을 내비쳤다가 금세 사라진다. 연어다. 이내 곳곳에서 '투둑' 소리가 들린다.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체 '마린하베스트(Marine Harvest)'의 연어 양식장 풍경이다. 지난 23일 오후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차로, 또 배로 30여분을 가면 만날 수 있는 소트라(Sotra)의 '마린하베스트' 연어 양식장을 찾아가 봤다. '수산물 대국인 노르웨이답다.' '마린하베스트'의 양식장을 직접 본 느낌은 이랬다. 품질을 고려해 좋은 알을 선별하는 것에서부터 연어가 다 자랄 때까지의 과정을 꼼꼼하게 살피는 그 정성이 대단했다. '바다에서 식탁까지를 모두 관리한다'는 '마린하베스트'의 그리고 노르웨이 당국의 원칙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먹구름과 비바람. 이날 날씨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거센 비바람 사이로 늘어선 가두리를 세보니 왼쪽과 오른쪽으로 각각 7개씩, 전부 14개였다. 한 가두리가 100평은 족히 넘어보였다. 저 멀리 끝에 보이는 가두리를 내다보려는 찰나 비가 더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 때문에, 비 때문에 눈을 가늘게 뜨고서야 겨우 가두리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비가 이렇게나 많이 내리는데도 양식장 수면은 비교적 잔잔했다. 바다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수면이 이만큼 잔잔할 수 있는 건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노르웨이 바다의 특성 때문이라는 게 이곳의 책임자 할도르 슬토이(Haldor Syltøy)의 설명이었다. 그는 이 잔잔한 수면 덕분에 품질이 뛰어난 연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노르웨이 수산물 수출 위원회(NSEC) 한국 담당 이사인 헨릭 엔더슨(Henrik V. Andersen)이 양식장에서 갓 건져올린 연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설명을 마친 할도르 슬토이가 어느샌가 뜰채를 가지고 다시 나타났다. 가두리에 뜰채를 담갔다가 올리자 연어가 제 모습을 오롯이 드러낸다. 50cm 크기에 은색 빛이 선명한 연어였다. 그가 내민 연어를 건네 받아보니 생각보다 꽤 묵직한 느낌이었다. 이 연어는 지난 4월께 이곳으로 온 것인데 처음엔 75g이었던 게 이젠 1.5kg 남짓까지 컸다고 했다. 미끈하고 물컹한 느낌. 손을 타고 전해 오는 이 느낌이 어딘가 모르게 힘 있고 신선하다. 연어를 손에서 놓고 난 뒤에도 비릿한 바다 냄새는 한참을 갔다. 4~5시간이 지나서야 희미해진 냄새는 묵직했던 그 느낌을 자꾸만 생각나게 했다. 힘차게 뛰어오르던 연어의 건강한 모습도 함께 말이다.

'마린하베스트'의 연어 양식장 전경.

'마린하베스트'의 이 양식장에 있는 연어는 모두 63만7000마리 가량이다. 이들 연어는 내년 8월부터 12월 사이에 상품화될 예정이다. 그 때쯤이면 연어는 좀 더 무거워져 5kg 정도까지 나가게 된다. '마린하베스트'가 이렇게 키워내는 연어는 이 양식장에서만 3500t(2년 기준)에 이르며, 전체로는 29만8000t(2010년 기준) 수준이다. 한국과 일본, 미국, 캐나다, 유럽 등 50여개국에 매년 연어 수만t을 수출하는 '마린하베스트'의 힘. 손에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 힘 있고 싱싱한 느낌을 전하는 이들 연어의 비밀은 같은 날 찾은 애스코이(Askøy)의 새끼 연어 생산 공장에 있었다.

노르웨이 애스코이(Askøy)에 있는 새끼 연어 생산 공장에서 모양과 색 등을 따져 골라낸 좋은 연어알들의 모습.

1964년부터 치어를 단련하는 일 등을 시작한 이 공장에선 좋은 종자를 고르고 수정하는 일, 그 가운데서 다시 좋은 알을 골라내는 일, 다음 세대 엄마, 아빠 연어를 만드는 일 등 많은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공장 책임자를 따라 공장을 한 바퀴 둘러봤다. 엄마 연어들이 주기에 따라 알을 낳을 수 있도록 하는 시설과 아빠 연어로부터 정자를 얻어내는 시설, 알을 모양과 색 등에 따라 좋고 나쁜 것으로 구분하는 시설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날은 특히 3~4년 뒤면 엄마, 아빠가 될 연어들의 알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는 날이었다. 여기엔 연어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그 과정 전체를 철저하게 따지고 책임지겠다는 '마린하베스트'의 철학이 녹아있다.

새끼 연어 공장에서 좋은 연어알을 선별해낸 뒤(왼쪽) 그 알들을 따로 보관통에 넣는 모습(오른쪽).

공장과 양식장의 이곳 저곳을 돌며 작은 것 하나까지 설명을 아끼지 않았던 책임자에게서 수산물에 대한 '마린하베스트'의, 나아가선 노르웨이의 고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다에서 식탁까지 책임진다'는 고집이 바로 그것이다. 전 세계 연어 생산량의 36%를 책임지고 있는 노르웨이의 힘은 여기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소트라(노르웨이)=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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