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박웅현 지음, 북하우스 펴냄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지은이 박웅현은 1904년 카프카가 소설 <변신>에서 ‘저자의 말’로 밝힌 책에 관한 글귀에서 자신의 신간 제목을 뽑아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진심이 짓는다’ ‘생각의 에너지’ 등 촌철의 카피를 뽑아낸 당대 최고의 광고인도 이렇게 남의 것을 패러디를 할 때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최고만이 찾아낼 수 있는 안목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에 아주 잠깐 부러움과 질투심이 일었다. <책은 도끼다>는 지은이가 그동안 읽었던 책 중 인상 깊었던 것들을 중심으로 섬세한 감상과 존경을 담은 예찬, 강력한 추천사를 모두 담아낸 책이다. 그는 평소 인상적인 이미지와 카피를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상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광고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책에서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심지어 독자들에게 자신이 소개하는 책들을 꼭 사볼 것을 권한다. 그렇다고 속이 빤히 보이는 출판사의 상업적 전략에 부응한다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좋은 것은 나누고 싶다는 생각 ‘울림의 공유’에서 비롯된 권유다. 자신이 읽은 책은 도끼였다고 말하는 그는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라며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고 표현했다. 그는 “머리 속 도끼질의 흔적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며 책 출간 배경을 밝혔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광고분야 전문가로 살아온 그는 책을 통해 촉수가 예민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콩나물 줄기 속에 물기가 가득하구나!” “단풍잎의 전성기는 연두색이구나!” “그 사람의 그 표정이 그런 의미였구나!” 등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그 예민해진 촉수가 자신의 생업을 도왔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저자는 자신의 머릿속에 선명한 도끼 자국을 남긴 책들을 소개했다. 그는 자신이 왜 김훈을 좋아하는지, 알랭드 보통에 왜 빠지는지, 고은의 시가 왜 황홀한지, 실존주의 성향이 짙은 지중해풍의 김화영, 알베르 카뮈, 장 그르니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에 왜 전율하는지, 그리고 아무도 이길 수 없는 시간이라는 시련을 이겨낸 고전들의 훌륭함을 전하고자 했다.
실제 그는 이 책들을 소개하기 위해 8강에 걸쳐 강의를 했다. 이 책은 강의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부제가 인문학 강독회인 것은 이런 이유다. 그는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한 문장 한 문장을 꼭꼭 눌러 읽으라고 조언했다.“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박웅현-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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