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카드사는 '팔짱만'…직접 소송 나서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보이스피싱(전화사기) 피해자들이 온라인 세상에서 집결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이 보이스피싱 피해자 보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 피해보상 받을 길을 찾기 시작한 것. 보이스피싱 카드론 대출 피해자 모임(cafe.naver.com/pax1004) 관계자는 2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카드회사들에게 보이스피싱에 대한 공동책임을 묻는 2차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모임의 회원들은 보이스피싱을 통해 카드론 대출을 받게 된 피해자들로, 피해를 당한 후 해결책을 찾다 인터넷 카페로 모여들었다. 이미 지난달 14명의 회원이 1차로 서울 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 관계자는 "카페 가입회원수가 40일만에 270명이 넘을 정도로 피해가 크다"며 "피해자 중 일부가 집단소송에 참여하고 있지만 상당수 피해자들은 형편이 안돼 파산신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대부분 회사원이나 가정주부 등 서민이며, 일정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도 일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나 배우자의 피해 때문에 가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부 피해자들은 '알면서도 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보이스피싱을 의심했지만 금융감독원이나 경찰청, 검찰을 사칭하는 범인에게 속아 개인 신용정보를 알려주고 말았다는 것. 피해 금액은 적게는 수백만원대부터 수천만원에 이른다. 이들은 오는 5일 모임을 갖고 법률사무소와의 소송 상황에 대한 논의를 거친 후 이달 중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대출한도 상향조정이 카드론 보이스피싱의 근본 원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모임 관계자는 "피해자들 대부분은 카드론에 대해 전혀 설명을 들은 바도 없고 본인이 한도를 정한 바도 없으며, 한도 상향시에도 본인은 전혀 몰랐다"며 "동의도 없이 카드론 한도를 자의적으로 올리는 카드사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모임의 한 피해자는 지난 8월말까지 0원이었던 카드론 한도가 9월 들어 1200만원으로 상향조정됐다. 수입이 없는 취업준비생이나 가정주부에게도 대출한도가 1000만원 이상 설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뒷북' 대책만 내놓는 금융당국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금감원은 이달부터 카드론 대출시 본인에게 전화로 확인하거나 휴대폰 인증을 통해 확인 후 대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의 자의적인 대출한도 상향은 눈감아 주면서 대출 과정만 단속하는 것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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