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바닥론 재연...'상승' VS '하락'

추풍낙엽 집값···冬장군이 문제로다

[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 "바닥 국면에 진입했다" vs "아니다. 하락 장세가 더 이어진다". 부동산시장에 '바닥 논쟁'이 뜨겁다. 주택 거래 증가와 미분양 감소, 전셋값 상승 폭 둔화 등 최근 들어 각종 부동산 관련 통계 지표가 호전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집값이 바닥을 다지는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나아가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박원순 서울시장 출범에 따른 강남권 재건축시장 침체와 대출 금리 상승,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 등 집값 하락 전망의 주요 근거다. 이처럼 요즘 부동산시장은 '바닥론'과 '하락론'이 공존하는 '혼돈의 시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과연 서울·수도권 집값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까. 그것이 궁금하다.------------------'거래는 늘고, 미분양은 줄고….' 최근 들어 부동산시장의 각종 지표들이 집값 상승을 예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주택 거래가 증가하는 반면 미분양 물량은 줄고 있고, 전셋값 상승세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에 따라 끝없이 추락하던 집값이 마침내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아직까지 바닥론을 얘기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부동산 관련 각종 지표 호전…'바닥론' 솔솔=시장 긍정론자들은 지금이 '바닥 국면'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각종 부동산 관련 지표가 호전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집값 바닥 탈출 신호는 곳곳에서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주택 건설 인·허가(사업승인·건축허가) 물량은 총 4만4251가구로 전월(4만856가구) 대비 8.3%, 지난해 같은 달(2만1285가구)에 비해 107.9%가 각각 늘었다. 이는 향후 주택시장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사업에 착수하는 곳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반면 공동주택 미분양 물량은 줄고 있다. 지난 9월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8039가구로 4년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미분양 시장의 골칫거리였던 중대형은 4만2235가구로 전월 대비 1301가구 줄었고,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3만4486가구로 1881가구 감소했다. 늘어난주택거래 건수와 신규 분양시장 호조 등도 '바닥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 9월 신고분 아파트 실거래 건수는 전월 대비 3.1% 증가한 4만4049건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거래량이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수도권은 12.6% 증가한 1만5604건, 특히 서울은 4319건으로 22.1%나 늘었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거래량과 집값 변동율은 같이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시장이 바닥을 다지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전셋값 상승세는 둔화되고 있다. 거래량도 감소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평균 0.5~0.6%에 이르던 수도권 전세가격 상승률은 10월 들어 0.2~0.3%로 줄었다. 10월 마지막 주 상승률은 0.1%에 불과했다. 서울 강남 일부 아파트 단지는 한달새 수천만원씩 전셋값이 떨어지기도 했다. 전세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3186건으로 9월의 5207건보다 39% 줄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과거 경험치로 볼 때 집값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 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 통계로 잡히고 있다"며 "집값이 바닥 국면에 진입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강남 아파트값도 요즘 반짝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전문업체인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10월 넷째주 강남구 아파트값은 3.3㎡당 3197만7천원으로, 전주 대비 6만6000원 올라 8주만에 반등했다. 개포동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 시장은 바닥 다지기를 하는 느낌"이라며 "수요는 분명 있는데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를 재고 있는 수요자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집값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추가 하락론도 대두=반면 바닥을 기대하기엔 아직 '시기 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부 바닥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통계 호조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여전히 하락하고 있어 주택 수요가 계속해서 뒷받침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바닥권에 가까이 왔다면 가격 회복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서울·수도권 집값은 여전히 하락 장세"라며 "겨울철 시장 변수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최근 주택 거래량 증가는 지난해 거래가 워낙 부진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거래 활성화를 체감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전통적 비수기인 11~12월에 다시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도 주택시장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몇 개월째 금리를 동결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추가 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최근 전셋값 안정세 역시 매매 수요 증가보다는 가을 이사철이 끝나고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많다. 수도권 집값을 선도하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최근 약세로 돌아선 것도 '바닥론'보다는 '시기상조론'의 근거로 작용한다. 더욱이 재건축·재개발사업 속도 조절을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약을 내세운 박원순호(號)가 출범하면서 강남권 재건축시장이 더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강남권 재건축시장에서는 다시 급매물이 조금씩 풀리면서 호가가 떨어지는 분위기다. 주택 취득세 50% 감면 조치가 올 연말로 종료되는 것도 집값 상승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 3월22일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연말까지 9억원 초과 주택을 매입한 1주택자나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종전 4%에서 2%로,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한 1주택자의 취득세율을 2%에서 1%로 각각 낮췄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상황인데 취득세 감면 혜택이 없어지면 매매 수요는 더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집값의 추가 하락을 점치기도 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부동산 소비 패러다임이 '매매'에서 '임대'로 바뀌고 금융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집값을 끌어올릴 동력이 많지 않아 추가 하락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바닥에 근접한 게 아니라 1층 밑 지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조철현 기자 choc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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