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 '아키오 불운'이 MK에 전하는 메시지는?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이토록 억세게 운이 없을까. 수장에 오르자마자 인재와 천재가 끊이지 않는 불운의 연속이다. 리콜 사태에 강진과 홍수까지.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더 많은 기막힌 운명의 CEO. 바로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다.태국 대홍수로 아키오 회장이 또 한번 눈물을 훔쳤다. 3ㆍ11 일본 강진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 자연재해에 다시 한번 망연자실했다. 3개월간 이어진 폭우로 토요타는 태국 내 공장 3곳의 문을 닫았다. 태국산 부품 공급이 막히면서 일본과 북미 지역 생산시설도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올 한해 강진과 폭우에 습격당한 토요타는 폭스바겐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토요타 창업자의 손자인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 취임한 것은 2009년 6월. 엔고에 따른 장기 불황의 해결사로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적색등이 깜박이던 품질 문제는 결국 대규모 리콜 사태로 폭발했다. '정치적 음모' 설이 난무한 가운데 '품질의 토요타' 신화는 무너지고 말았다. 세계적 석학 짐 콜린스는 자신의 저서 '위대한 기업 어떻게 망하는가'에서 대기업의 패망 단계를 5단계로 구분했다. 자신감 과잉(1단계), 무분별한 사업 확장(2단계), 위험과 위기 부정(3단계), 외부의 구원손길 갈망(4단계), 기업 존재가치 소멸(5단계). 아키오 회장은 취임 후 '토요타가 이미 4단계에 들어섰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연간 생산량 700만대를 분기점으로 본다. 그 이상 대량 생산 단계에 돌입하면 경영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생산기지와 부품수급의 글로벌화는 불확실성을 키운다. 지역마다 다른 규제, 이질적인 노동자 성향도 관리가 어렵다. 한쪽을 막으면 다른쪽이 터지는 취약성은 양적 성장이 안고 있는 맹점이다.  지난 10월5일 타계한 스티브 잡스가 라이벌인 래리 페이지 구글 CEO에게 전한 고언도 '제품 수를 줄여라'이다. "집중하고 싶은 다섯 가지 제품에 집중하라"는 잡스의 조언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혁신'으로 귀결된다. 잘 나가던 토요타가 연간 생산량 700만대를 넘어서면서 선택과 집중에 실패해 위기를 맞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기아차가 내년 글로벌 판매량 목표를 700만대로 잡았다. 올해 예상 판매량 650만대보다 7% 성장한 수치다. 유럽과 미국의 더블딥 우려, 현대기아차의 생산 능력을 고려한 현실적인 목표다. 일각에서는 '700만대 + @'를 욕심낸다. 내친김에 토요타를 앞지르겠다는 기대감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무리한 양적성장은 불확실성을 키워 '아키오의 불운'을 답습할 뿐이다. 최근 정몽구 회장이 연이어 '품질론'을 강조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숫자 경쟁에서 품질 확보로의 유턴, 이를 통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진화. '양이 아닌 질적 성장'을 주문한 정 회장의 메시지가 현대차의 '행운'을 이어가는 주문이길 바란다.이정일 기자 jay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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