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영국 석유기업이자 멕시코만 최대 원유 채굴권 보유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밥 더들리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부쩍 얼굴이 밝아졌다.지난 25일 대폭 개선된 3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향후 매출액과 현금흐름 등 수치목표도 제시할 정도로 활력을 되찾았다. 그에게 지난 해는 악몽의 계절이었다. 4월20일 미국 멕시코만 마콘도 기름 유출 사후처리와 보상을 하느라 410억 달러를 지출해야 했다. 회사 성장 모멘텀을 제시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그는 달라졌다. 회사발전을 위한 10개항을 발표하고 내년 2월에는 자세한 발전전략을 발표하겠노라고 약속했다. 투자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전혀 새로울 게 없는 10개항이 아니라 자신감으로 가득찬 '어조'였다. 10개항은 탐사와 심해 유전사업, 거대 유전 관리 등 회사의 강점부문에 치중하면서 가스부문 가치사슬 구축, 비핵심 자산매각,2014년까지 매년 현금흐름 50% 이상 창출, 투자자에 대한 현금과 수익률 보상 등을 하는 것이다. BP는 이같은 방침에 맞춰 내년과 후내년에 매년 25의 유정을 뚫기로 했다. 그동안 연평균 6곳을 뚫는데 그쳤다. 이를 위해 멕시코만의 시추선을 올해 말까지는 5개를 가동하고 내년 말에는 7개까지 늘리기로 했다.BP는 멕시코만에서 기름 유출 사고 발생 후 지난 주 처음으로 30억 배럴이 매장돼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카스키다' 광구에서 시추 작업 승인을 얻어냈다. 신규 탐사권도 11개국에서 67개를 확보해놓았다. 비핵심 자산 매각 목표를 기존 300억 달러에서 450억 달러로 대폭 올려 현금흐름을 개선하기로 했다. 매각 대상인 텍사스시와 카슨시의 정유 공장 두 곳만 해도 50억 달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점치고 있다. 더들리가 자신감에 넘치는 것은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태가 거의 봉합단계에 도달한 게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출복구를 위해 설립한 기금 200억 달러 출연이 거의 끝났다.실적도 개선됐다. 3분기 순익이 49억 달러로 1년 전 19억 달러의 2.5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현금흐름도 풍부하다. 1년 전에는 7억 달러가 부족했으나 지난 3분기에는 69억 달러를 확보했을 만큼 자금사정이 좋아졌다. 그러나 만사가 순탄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법무부가 멕시코만 마콘도 광구 유출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BP가 직무태만으로 유죄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탐사와 생산을 제대로 못한 탓에 멕시코만 생산량이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생산량 감소는 곧 수익감소로 연결돼 현금흐름 창출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뉴욕 퀸즈에서 태어난 더들리는 시카고 일리노이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1979년 미국 정유회사 암코(AMOCO)에 입사했다. 그는 1998년 BP와 AMOCO가 합병하면서 BP AMOCO의 전략기획 팀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 이후 토니 헤이워드 당시 CEO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같은 해 6월 사고처리와 사태수습을 위한 책임자 자리에 올랐다가 넉 달 뒤 BP그룹의 CEO에 등극했다.박선미 기자 psm82@<ⓒ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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