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스닥 주식담당자는 외출 중'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주식이나 공시담당자와 통화하고 싶은데, 자리에 계신가요?" "워크샵 가셨습니다. 내일 전화 주세요."코스닥 기업을 취재하는 기자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겪는 일이다. 코스닥 기업들은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관련 인력이 적고, 홍보나 마케팅 부분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스닥 기업의 현실'이라거나 '회사 사정상'이라고 이해하기엔 난감한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 20일 환율상승으로 외화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발생, 3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한 A기업과 B기업이 그랬다. 이들의 지난해 대비 순이익 증감률은 각각 -2738%, -8045%에 달했다. 공시만으로는 앞뒤 사정을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주식담당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A기업의 한 직원은 관계자들이 '모두' 워크샵을 떠났으며, 다음주에나 통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B기업은 모두 퇴근했으니 이튿날 연락을 달라는 관리사무소 직원의 설명만 들을 수 있었다. 4시30분 쯤, 퇴근하기엔 다소 이른 시각이었다. 양 쪽 모두 기자의 이름, 휴대폰 번호와 함께 메모를 남겼지만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C기업의 경우에는 공시담당자와 통화할 일이 생겨 사흘간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혹시나 전화번호를 잘못 알았나 싶어 거래소에 문의하자 "최근에도 그 번호로 C사와 통화했다"면서 "발신자표시를 이용해 전화를 걸러받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코스닥 기업을 취재하기는 쉽지 않다. 끊임없는 분석과 관심, 소통이 필요하고 이는 기자 개인의 능력이기도 하다. 회사 측에서도 투자자와 기자들에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성장하는 '상장기업'이라면 최소한의 '책임의식'은 있어야 한다. 코스닥 시장은 문을 연지 올해로 10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오너들의 횡령과 배임, 도덕불감증으로 오염된 데다 회사 및 직원의 책임 의식 결여도 결정적 이유다. 이런 상태로는 10년 뒤의 코스닥도 지금과 별 차이 없지 않을까. 김현정 기자 alpha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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