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리포트】리뷰 | 서울패션위크 첫째날

음악을 느끼고 옷을 사색하는 시간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2012년 SS를 볼 수 있는 서울패션위크가 10월 17일 개막했습니다. 아시아경제 스타일은 패션위크 기간 내 패션쇼를 리뷰합니다. 먼저 패션 관계자들의 큰 행사인 서울패션위크의 첫 번째 날, 17일 빛나는 다섯 번의 쇼를 되돌아봅니다.

▲ 서울패션위크, 손정완의 2012 SS 컬렉션

미니멈과 맥시멈의 공존, 헥사 바이 구호(HEXA BY KUHO)서울패션위크의 오프닝을 장식한 헥사 바이 구호는 앞서 열린 2012 SS 뉴욕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서른 세벌의 의상을 보여줬습니다. 해당 컬렉션은 뉴욕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죠. 기본은 역시 구호 특유의 아방가르드와 미니멀리즘입니다. 올 화이트 팬츠 룩으로 시작한 컬렉션은 후반으로 갈수록 터키 블루, 버건디, 블랙 컬러로 이어졌고요. 컬러들은 차분하고 통일성 있는 변주였습니다. 이것 역시 구호 디자인의 힘이란 생각이 드는 대목이지요. 이날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 앤티크 훈장일 겁니다. 이것은 이번 컬렉션의 모티브이기도 하죠. 뉴욕에서의 컬렉션을 통해 헥사 바이 구호는 러시아 마지막 왕조인 로마노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 느낌을 온전히 전해주는 프린트와 디테일은 이번 헥사 바이 구호 컬렉션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 헥사 바이 구호, 2012 SS 컬렉션의 앤티크 훈장 문양

또 하나, '태슬'입니다. 신발에서 상의에까지 확대되는 태슬 디테일은 컬렉션 전반에 걸쳐 응용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태슬 디테일을 통해 우리는 '미니멈과 맥시멈의 공존'을 느끼기 충분했습니다.

▲ 헥사 바이 구호의 2012 SS 컬렉션, 구두에서 스커트까지 적용된 태슬 디테일

그리고 남성복에서 차용한 듯한 구호만의 직선적인 테일러링이 여성의 몸에 입혀져 풍기는 중성적인 느낌. 그리고 시종 매니시한 뉘앙스가 이번 컬렉션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것 하나. 솔기 사이로 언뜻 언뜻 비치는 경쾌한 스트라이프 안감이 재미있었습니다. 도리어 이렇게 숨어 있는 듯한 것들이 기억에 남기 마련이지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안감을 들춰 눈으로 보고, 손으로 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 헥사 바이 구호 2012 SS 컬렉션을 선보이던 서울패션위크 백스테이지

경쾌한 호랑이, 빅 박 바이 박윤수(BIG PARK by Park Younsoo)첫 번째 차분했던 헥사 바이 구호가 끝나고 이어진 박윤수 컬렉션은 무엇보다 경쾌했습니다. 경쾌한 워킹으로 등장하던 첫 번째 모델은 아마도 호랑이가 수놓아진 셔츠 드레스를 입고 있었을 겁니다. 별다른 장식 없이도 무척 강한 느낌을 주는 무늬였습니다.

▲ 박윤수의 2012 SS 컬렉션, 호랑이 무늬가 새겨진 의상

그런 의미에서 빅 박 바이 박윤수와 잘 어우러지는 무늬였지요. 이 호랑이 프린트는 컬렉션 전반에 걸쳐 응용됐습니다. 셔츠 드레스로 시작해 다양한 스포츠 룩에까지 통일감 있게 드러났지요. 이날 쇼에서 보인 테일러드 재킷은 누구나 한번 걸쳐보고 싶을 만큼 특이한 컬러와 테일러링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야구 점퍼가 재미있었습니다. 스터드 장식이 과감하게 활용된 이 야구 점퍼는 호랑이 무늬와 만나 무척 강한 인상을 주고 있었습니다.

▲ 박윤수의 2012 SS 컬렉션에서 선보인 호랑이 무늬와 스터드 장식의 스타디움 재킷

경쾌한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는 디자인에는 과감한 대비가 있기 때문이었겠죠. 가죽과 실크를 대비하거나 블랙과 화이트를 대비하거나. 그리고 호랑이 무늬도 한 몫 하지만 레드와 블루를 오가는 등의 과감한 컬러 리듬 역시 그러했습니다. 한마디로 젊고 힘 있는 런웨이였습니다.

▲ 서울패션위크에서의 박윤수 2012 SS 컬렉션

미니멀한 글램룩, 손정완(SON JUNG WAN)손정완은 뉴욕 패션위크에 진출해 두 번째 시즌을 맞고 있습니다. 손정완의 힘, 특유의 페미니티는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었지요.

▲ 손정완의 2012 SS 컬렉션

1970년대 글래머러스와 레트로 무드가 혼합된 이번 컬렉션은 베이지, 크림과 같은 뉴트럴 컬러에 실크와 은은한 글리터링 소재가 어우러졌습니다. 소재와 컬러 감각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순간순간이었지요. 다양한 변용은 블라우스, 볼레로, 하이 웨이스트 쇼츠, 와이드 팬츠로 이어졌습니다. 다양했지만 결코 과하지 않은 적정선. 이 ‘미니멀한 글램룩’은 완벽한 집중력을 끌어내고 있었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심플하면서도 여성의 보디라인을 자연스럽게 살려주는 실루엣이 특징입니다. 워싱한 시폰과 실크, 저지 등의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에 리넨, 가죽, 살짝 뻣뻣한 느낌이 들도록 가공된 코튼 소재가 얼마나 잘 감기고 조화를 이루는지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 손정완의 2012 SS 컬렉션, 쇼의 대미를 장식한 우아한 드레스

균형감 있는 실루엣, 멀리서 봐도 깔끔한 재단, 디자이너가 가진 우아함과 페미니티가 더없이 발휘된 런웨이였습니다. 꿈같은 실루엣, 문영희(MOON YOUNG HEE)혹자는 "모던시대와 프랑스 벨 에포크 시대를 믹스했다"고 했습니다. 좀 어렵게 들리나요? '공존'이란 단어를 적어 한쪽에 내려둔 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문영희의 2012 SS 컬렉션에서 선보인 몬드리안을 연상시키는 문양

처음 등장한 컬렉션은 몬드리안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몬드리안 혹은 보자기, 한지 공예라고 해도 좋겠지요. 다분히 동양적인 뉘앙스였습니다. 차분한 쇼는 중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지난 시즌 러플과 드레이프로 볼륨을 살린 미니 드레스를 기억하시나요? 이번 시즌에는 좀 더 길어진 스커트가 등장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좀 더 성숙한 느낌이 가미되었다고 하면 적절할 듯합니다.

▲ 서울패션위크, 문영희의 2012 SS 컬렉션

좀 더 성숙했지만 여전히 소녀적 감성은 유지됩니다.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는 부드러운 음악처럼 몸에 감기고 있었는데요, 한편으론 이국적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던하면서 동시에 뿌리 깊은, 동양적 감성이 묻어나는 것이었죠. 네, 바로 그 '공존'을 상기할 때입니다.

▲ 서울패션위크, 문영희의 2012 SS 컬렉션

컬렉션의 후반부는 실크에서 플리츠 소재로, 입체감을 완성하는 블랙 컬러 의상으로 전이되었습니다. 느리게 나풀거리는 실크는 꿈같은 시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특유의 차분한 그린, 블루, 옐로우 등의 컬러 역시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지요. 아마도 쇼장에 있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 문영희의 2012 SS 컬렉션 쇼 후반부의 실크, 플리츠 소재 의상

바람의 실루엣, 지춘희(MISS GEE COLLECTION)개막일의 마지막은 디자이너 지춘희의 미스지 컬렉션이 장식했습니다. 30분가량 지체될 정도로 분주한 리허설은 길게 늘어선 관객들의 마음을 애타게 했었습니다.

▲ 지춘희 2012 SS컬렉션

마지막 컬렉션은 무엇보다 등장하는 셀러브리티와 모델들이 블록버스터급이었습니다. 장윤주, 송경아, 한혜진, 김원경 등 톱 모델들이 총출동해 쇼 중간 중간 탄성을 자아내곤 했으니까요. 이날 쇼에서는 무려 70여벌에 이르는 의상이 선보였습니다. 테마는 ‘바람의 실루엣’, 특유의 우아한 페미니티를 녹인 의상들이었습니다. 속이 훤히 드러나는 시폰 롱 드레스에 트렌치 재킷, 풍성한 머리칼을 감싸고 늘어진 헤어밴드, 바람에 나부끼는 시폰 드레스. "여성의 옷은 여성스러울 때 가장 아름답다"는 디자이너의 패션 철학이 드러나는 요소들이었습니다.

▲ 서울패션위크, 지춘희의 2012 SS 컬렉션

마지막으로 샹들리에 배경과 함께 레드 카펫 드레스가 등장했습니다. 우아한 실루엣의 드레스는 샴페인을 연상케 했지요. 아닌게아니라 샴페인이 등장했습니다. 일제히 등장한 서버들이 프론트 로에 앉은 관객들에게 샴페인을 선사했습니다. 화려한 퍼포먼스가 대미를 장식했지요. 샴페인을 마시지 않아도 마신 듯, 흥취가 일렁이는 즐거운 마침표였습니다.

▲ 지춘희 2012 SS 컬렉션, 모델 장윤주와 레드 카펫 드레스

<hr/>그리고 이날, 서울패션위크 행사를 김주옥 홍보 책임자(브릿지컴퍼니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u>Q 이번 패션위크 예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u>A 기존 해외프레스, 바이어들의 퀼리티를 차별화했다. 실질적인 비즈니스 수주와 한국 디자이너에 대한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가진 이들을 대거 초청했다.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들을 다채롭게 준비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예를 들어, 화려한 런웨이를 따뜻한 패션기부행사의 장으로 만든 ‘도네이션 런웨이(Donation Runway)’이 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유니세프와 함께 ‘아우인형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유니세프와 함께하는 ‘아우인형 페스티벌’은 참가 디자이너 30여명이 각각의 독특한 개성을 살린 인형의상을 제작하여 전시하는 ‘아우인형 특별 전시회’와 디자이너가 제작한 인형 의상을 소장할 수 있는 ‘패션 아우인형 옥션쇼’로 구성된다. 10월 21일 서울패션페어장(SETEC 3관)에서 열리는 ‘패션 아우인형 옥션쇼’는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경매 행사로, 서울패션위크 참가 디자이너를 비롯해 유명 스타들이 직접 제작한 소장 가치가 높은 아우인형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또한 행사기간 내내 'W 매거진'과 함께 하는 뷰티패션위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행사에는 겔랑, 아베다, 베네피트, 헤라 등 유명 뷰티업들이 참여했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다양한 뷰티메이크업 체험의 기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서울패션위크와 연계한 ‘Fashion Blossom in seoul(구 대학패션위크)'도 올해 새롭게 개편했다. '글로벌 패션컨테스트' '우수패션대학 졸업작품전' '패션전문가 초청 세미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서울패션위크 기간 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패션허브로 도약하는 한국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위해 해외 프레스, 바이어들에게 적극 홍보를 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뜨고 있는 '수퍼 루키 디자이너' 3인을 초청해 컬렉션을 추진했다. 한국 출신의 디자이너 최유돈 등 런던, 뉴욕, 파리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아시아 출신 유명 해외 디자이너 3인의 초청쇼가 선보일 것이다. <u>Q 쇼 개막일이 지났다. 예년과 비교해 소회는 어떤가. </u>A 디자이너 박윤수는 “새로운 해외 프레스, 바이어가 많이 보였고 이들 퀼리티가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기존 패션위크에서 늘 참여해왔던 프레스, 바이어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은 물론, 이를 통해 디자이너나 해외 진출 브랜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u>Q 이번 서울패션위크의 목표치, 관계자들의 기대치는? </u>A 가장 큰 목표는 아시아 최대 패션허브 도시로 자리매김해 내수시장의 활성화는 물론 한국 디자이너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안승일 서울시 문화관광기획관 국장도 언급한 바 있다. “서울패션위크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패션행사로 자리매김 하면서, 국내 디자이너들에 대한 관심과 패션도시 서울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또 “서울패션위크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5대 패션위크가 될 수 있도록 글로벌 감각을 지닌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과 비즈니스를 확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u>Q 이번 서울패션위크의 참가자 및 티켓 현황은 어떤가 </u>A 티켓은 디자이너 쇼가 7000원이며, 일일권은 2만 원이다. 판매는 온라인 '예스24'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티겟의 판매수익 중 10%는 유니세프에 기부하며 나머지는 디자이너 수익금이다. 전체 관람(참가)자 로 추산해서 구매 티겟은 통상 10~15% 선이다. 채정선 기자 es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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