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강등에 우려 커져 전문가 "국내증시 단기악재"[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Aa2'에서 'A2'로 세 단계 강등하며 유럽계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탈리아의 신용등급 강등은 '그리스 위기의 전이'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이탈리아 등 주변국으로 전이될 경우 가뜩이나 신용경색 우려가 번지고 있는 유럽 은행권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유럽 주요 은행들이 유로존 내에서 경제규모 3위 국가인 이탈리아의 국채를 상당부분 소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신용등급 하향 등을 계기로 유럽 은행들이 위기에 몰리면 국내 증시에서 유럽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미 전세계 더블딥(이중침체) 우려와 유로존 채무위기가 부각됐던 지난 8월 이후 유럽계 자금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7조6000억원 이상 대거 이탈했다. 증시에서만 봐도 8월 급락장에서 8월 3조5600억원을 빼간 이후 9월에도 9700억원 이상이 유출됐다. 추가 자금 이탈시 가뜩이나 흔들리고 있는 증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유럽계 자금이탈은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강등은 이미 예상됐던 악재인 만큼 이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0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먼저 이탈리아의 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한 바 있고, 무디스 역시 지난 6월부터 지속적으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하며 이탈리아에 대한 평가 작업을 계속해왔다. 예상치 못한 악재는 아니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무디스의 이탈리아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지난달 S&P의 신용등급 강등 때만큼 큰 충격파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달 내내 유로존 이슈와 관련해서는 험난한 길이 펼쳐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스 위기의 전이 우려를 해소해가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잡음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계 자금은 계속 매도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날 무디스의 이탈리아 신용등급 하향은 '그리스'라는 문제의 근원이 촉발시킨 결과물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유럽계 자금의 '팔자' 강도는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하향보다는, 오는 13일 이후로 연기된 그리스 6차 구제금융 자금 집행 등 '문제의 근원(그리스)'에 대한 해결에 맞춰질 것이라는 평가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현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우려는 그리스 위기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변 국가로 전염될 것이라는 우려, 국채 위기가 은행 위기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번질 것에 대한 우려 이 세 가지"라며 "이 세 가지 전염을 막을 수 있는 장치는 부실채권 매입과 은행의 자본 확충 등"이라고 진단했다. 그런 의미에서 전날 유럽 재무장관들이 유럽은행 자본 확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무게를 실었다. 위기의 전염을 막을 수 있는 방화벽이 설치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 그는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소식 자체만으로 유럽계 자금의 위기의식이 크게 짙어지는 등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달 중순까지 예정된 각국 의회의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승인 이후 부실채권 매입과 은행 자본 확충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고, 주요 20개국(G20) 회담에서 최종 확정이 되기 전까지는 '유럽 금융혼돈'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평가다. 이번달 내내 변동성이 큰 장세를 예상하는 이유다.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역시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강등은 악재의 신선도가 낮다"며 "이날 유럽계 뿐만 아니라 외국인 전반의 스탠스를 점검할 필요는 있으나 이 이슈 자체는 단기악재 이상의 작용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유리 기자 yr6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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