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훈고, '사교육 제로에 도전'

교사 수업실명제와 부진교과 재이수제로 '책임교육'

[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 #. 고교 1학년 형준이는 아침 등교길에 영어 단어장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아침에 치를 영어단어 시험 때문이다. 20개의 문제를 풀고 선생님이 정해준 자신의 목표치(80%)를 통과하지 못하면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 형준이는 방과후 수업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수학교사가 가르치는 수업을 90분동안 듣는다. 저녁을 먹고 나면 개인 독서대 책상이 비치된 '서훈관'에서 자율학습을 시작한다. 혼자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서훈관을 지키는 멘토 교사에게 질문하면 된다. 서훈관 옆 인터넷 강의실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한 인터넷 강의를 골라들은 형준이는 하루 학습목표량을 채운뒤 기숙사로 향한다. 새벽 2시까지 기숙사내 자율학습실에서 공부를 한 뒤에야 잠자리에 든다. 입학당시 9.36%였던 형준이의 내신은 지난 6월15일 치러진 학력평가 국ㆍ영ㆍ수 전국 백분위 평균에서 3.4%로 뛰어 올랐다.

서훈관 365일공부방. 학생들은 신입생때부터 학습계획방법을 배우며 '자기주도학습'을 몸에 익힌다.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에는 학교 내에서 24시간 사교육을 시켜주는 학교가 있다. 올해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로 전환한 장훈고등학교(교장 이경복)가 그 주인공이다. 높은 사교육비로 부담스러워 하는 이 지역 학부모들을 위해 이 학교가 내놓은 대책은 '학교가 학생들의 학업을 책임지겠다'는 것이었다. 대신 '사교육 제로 학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를 위해 방과후 수업인 '장훈비전 아카데미', '서훈관', '인터넷 강의실', '기숙사'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학업을 책임지고 있다. 교사 수업실명제와 부진교과 재이수제가 그것이다.

학생들은 인터넷강의실에서 부족한 부분의 인터넷 강의를 마음껏 들을 수 있다. 인터넷 강의실에도 지도교사가 있어 모르는 부분은 질문과 답변을 통해 해결한다.

 교사 수업실명제는 '내가 맡은 아이는 내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제도다. 뒤처진 학생들은 방과 후나 방학 중에 보충수업을 통해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년에 네 번 희망 학생에 한해 '장훈학력인증제'를 실시하는 것도 자랑거리다. 영어, 수학 과목에 대해 1~5등급까지 평가결과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해 준다. 이는 입학사정관제 지원시 성적향상의 자료로 쓰일 수 있다. 이 학교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365일 공부방, 서훈관에서의 자기주도학습'이다.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학생들은 '학습계획 방법'을 배운다. 학생 스스로 '한 시간 학습계획', '두 시간 학습계획', '반나절 학습계획' 등을 세워 오래 앉아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간다. 

"혼자 공부하는 것이 즐거워졌어요"라고 말하는 1학년 오형준군.

1학년 오형준 군은 "처음에는 1~2시간 앉아있는 것도 힘들었는데 학습계획을 세우고 공부를 하면서 문제가 하나씩 풀리니 저절로 오래 앉아있게 된다"며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과 방향을 알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복 교장은 "평생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곳이 학교"라며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학교생활만으로 대학입학 등 미래준비가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박은희 기자 lomorea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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