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아닌 인문학자로…경험중시 경영철학 되짚어보니 그 근본은 '사람'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삼겹살을 먹게 되거든 제발 고기 좀 뒤집어라.' 시인 안도현은 2009년 펴낸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에서 이 같이 말한다. 삼겹살을 구울 때 고기가 익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은 삼겹살의 맛과 냄새만을 기억하지만, 고기를 뒤집고 불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은 더 많은 경험을 한 덕분에 풍부한 기억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바로 시인이므로, 삼겹살을 구울 땐 반드시 고기를 뒤집는 사람이 되라는 게 그의 말이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시인 안도현처럼 '경험'을 강조하는 말을 한 적이 있다. 1997년 뉴욕 타임스에 실린 기사에서다. 스티브 잡스는 그 기사에서 "만약 빌 게이츠가 환각제를 경험해 봤거나, 혹은 보다 젊었을 때 힌두교도들의 수행장을 둘러봤더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폭넓은 사람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상징으로 '환각제'와 '힌두교'까지 꺼내들 정도니 스티브 잡스가 '경험'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에 관한 설명은 더 필요 없을 듯싶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경제ㆍ경영 전문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남훈씨는 이와 관련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상상력 마저도 결국엔 경험들을 기반으로 생겨나는 것"이라며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이 폭넓은 시각과 창의력을 키워준다고 늘 강조해 온 스티브 잡스의 모습에서 CEO가 아닌 인문학자를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씨가 찾아낸 인문학자로서의 스티브 잡스는 '아이튠즈 스토어'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튠즈라는 시스템을 만들 당시 온라인엔 음악 파일 등을 불법 복제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었다. 모두가 '적발'과 '처벌'을 해법으로 내놓을 때 스티브 잡스는 생각을 달리 했다. 사람들이 절대로 불법 복제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완전히 다른 해법을 찾았던 것이다.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했던 그는 결국 아이튠즈라는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 합법적인 다운로드 시장을 만들어냈다. '인문학자' 스티브 잡스가 일궈낸 놀라운 성과다. CEO 스티브 잡스가 아닌 인문학자 스티브 잡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CEO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자 스티브 잡스를 말하다'를 추천한다. 사람의 본능을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된 아이패드 제작기, 스티브 잡스가 채용 면접 때 지원자에게 던지는 질문과 그 속에 담긴 철학 등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 스티브 잡스를 인문학자가 아닌 CEO의 관점에서 바라본 내용들도 꽤 있지만,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CEO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자 스티브 잡스를 말하다/ 이남훈 지음/ 팬덤북스/ 1만3000원
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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