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2000년 의약분업 이후 등장한 이른바 '분업후(後)' 세대가 제약업계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다. 40대 안팎의 나이로 해외 유학파들이 주를 이룬다. 선대가 마련해준 발판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책임 때문에 어깨가 무겁지만 업계 상황이 녹록치 않아 가시밭길을 헤쳐가야 하는 상황이다. ◆'방향은 아버지가, 완성은 아들이'의약분업 후세대 대표주자로는 강정석 동아제약 부사장(47), 허은철 녹십자 부사장(39),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39), 최성원 광동제약 사장(42) 등이 꼽힌다. 의약분업이란 '폭풍'이 지나간 2000년 중반께 대표이사나 사장 자리에 오르며 경영전면에 등장한 인물들이다. 현재 각 제약사가 견지하고 있는 사업방향은 선대 경영인이 2000년 전후로 정한 것이다. 70, 80년대만 해도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 등은 공통적으로 복제약 사업에 기반해 '외형키우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2000년 의약분업 때에 이르러 각기 추구하는 사업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동아제약 강 회장은 신약개발을 방향으로 정했다. 의약분업 후 수십 개 회사들이 복제약 시장에서 출혈 경쟁했지만, 동아제약은 신약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며 1위 제약사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녹십자는 백신사업 등 바이오산업에 '올인'하며 복제약 경쟁에서 일찌감치 벗어났다. 이 전략은 제약업계의 대세가 '화학 합성약'에서 '바이오 의약품'으로 옮겨가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미래를 예측한 것이든 운이 좋았든 고 허 회장의 결정은 적중한 셈이다. 의약분업을 발판 삼아 내수 시장에서 고성장을 거듭한 한미약품도 신약개발 제약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현재 연구개발(R&D)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다. 광동제약은 의약분업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며 고전했다. 부도 위기까지 맞았으나 2003년 비타500 출시로 부활했다. 이 후 성공적인 음료회사로서 입지를 다져 '의약품 사업'이 아니고도 업계 10위권을 유지하는 독특한 사업구조를 완성했다.◆'열심히'만으로는 어렵다 선대 경영인이 가진 경영철학의 핵심은 단연 '근면'이다. 복제약 사업이 주력이다 보니 "한 명의 고객(의사)이라도 더 만나고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로 압축된다. 여기에 정부의 복제약 지원책까지 더해지며 '열심히 하면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호시절이 계속됐다.하지만 분업후세대가 직면한 상황은 전혀 딴 판이다. 복제약 프리미엄은 사라졌고 외형확대는 한계점에 이르렀다. 방향까지는 아버지가 정해줬지만, 변화된 환경에서 이를 완성시킬 책임은 후세대가 짊어진 셈이다.동아제약 강 부사장과 녹십자 허 부사장의 과제는 회사의 체질을 신약개발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신약개발자금을 대기 위해 복제약 사업을 유지해야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신약으로 돈을 벌고 재투자하는 모델을 완성해야 한다.이에 지난해 강 부사장은 자신의 업무를 '운영총괄'에서 '운영 및 연구개발 총괄'로 변경하며 중책을 떠맡았다. 허 부사장도 2009년부터 CTO(최고기술책임자)로 활약하고 있다. 한미약품 임 사장은 북경한미약품을 성공시킨 주인공이다. 국내 제약회사가 해외에 지사를 내 성공을 거둔 거의 유일한 사례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임 사장은 한미약품의 차세대 신약을 해외로 진출시키는 핵심 사업 분야를 지휘하게 된다. 하지만 입사후 대부분 중국에서 지냈기 때문에, 국내 환경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넓혀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광동제약 최 사장은 앞선 3명에 비해 표방하는 '경영관'이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다만 그가 비타500 성공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의약품 사업과 함께 음료ㆍ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 쪽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최 사장이 광동생활건강이라는 건강기능식품 유통업체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과 맞물린다.한편 이들 외 분업후세대 경영인으로는 윤재훈 대웅제약 부회장(50), 윤성태 휴온스 부회장(47),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53) 등이 꼽힌다.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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