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유로존 부채 위기가 다시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가운데 도피자산인 금값과 스위스프랑 등의 수요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기대보다 더 큰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미국 경기 둔화와 유럽 부채위기 등 선진시장 악화로 세계 경제가 재침체의 수렁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 1.5% = 올해 들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이 8일 두 달 연속 금리를 현행 1.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유로존 재정적자 위기가 악화될 경우 다시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주 들어 이탈리아 긴축예산안이 국내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면서 국채수익률과 CDS금리가 치솟았고 그리스도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와 약속한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연내 디폴트 가능성이 다시 대두됐다. 최악의 경우 유로존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예상까지 나왔다. 그러나 다급해진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내각이 증세 계획 등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고 독일 헌법재판소가 유로존 부채국가 구제금융 지원에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다소 진정됐다. 그러나 올해 1분기 0.8%를 기록한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2분기 들어 0.2%로 급속히 둔화되는 등 유로존 재정위기의 상처가 깊어지고 있다.
◆ 온스당 1920.25달러 = 금값이 온스당 사상최고기록을 돌파하며 요동쳤다. 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 산하 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현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 오른 온스당 1920.25달러를 기록해 지난달 23일 세운 온스당 1913.50달러 기록을 넘어섰고 12월인도분 선물가격도 2일 대비 2.5% 오른 온스당 1923.10달러를 기록해 역시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1860달러까지 다시 떨어졌다.이같은 변동성 확대는 일차적으로는 세계 금융시장 불안을 바탕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5일에는 영국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전망한 골드만삭스 리포트로 금값이 뛰었고 6일 급락은 스위스 중앙은행의 고정환율제 발표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 때문이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각국 중앙은행의 화폐발행 규모와 글로벌 통화체제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 전문 펀드들은 온스당 최대 6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 달러당 1.20프랑 = 연일 이어지는 스위스프랑 초강세에 결국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가 극약처방을 꺼내들었다. SNB는 6일 스위스프랑 환율을 유로당 1.20프랑으로 고정하고 프랑화를 시장에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발표 직후 스위스프랑 가치는 유로 대비 8.8%로 사상 최대 하락폭을 보이며 약세로 돌아섰다.스위스는 프랑의 가치 상승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는 반면, 국내 경제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받아왔다. 시장조사회사인 BAK바젤연구소는 스위스 프랑 강세로 경기 둔화 위험이 높아졌다며 내년 스위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0.8%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스위스는 지난해 시장개입의 결과 200억스위스프랑의 손실을 입었지만 시장개입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다.주요 외신들은 “전면적인 화폐전쟁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상품투자의 귀재로 잘 알려진 로저스 홀딩스 대표 짐 로저스는 “엄청난 실수(huge mistake)”라면서 “결국에는 스위스 중앙은행보다 시장의 돈이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 4470억달러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일 44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조세감면과 건설인프라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나설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이는 당초 예상된 3000억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그러나 감세를 통한 재원확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실물경제 직접투자는 약 1000억달러에 머무른 데다 기대됐던 리파이낸싱 등 주택경기활성화 방안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막대한 재정적자와 빠듯한 예산에 고심 중인 미국 정부가 이같은 예산을 충당할 구체적 언급도 없다는 점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경기부양책에 소요될 예산 확보 방안을 오는 19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적자폭 확대 없는 예산 확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난 8월초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 끝에 간신히 통과된 국채발행 상한 확대 1차분 4000억 달러가 다음 주 초 모두 소진되는 상황에서 긴축재정을 둘러싼 논쟁만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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