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어제 내년도 청년 창업 지원 예산을 올해의 2400억원에서 4900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리기로 했다고 한다.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젊은 인재들이 창업에 나서는 것은 우리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요,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당정의 지원 확대 방침은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원 자금을 늘린다고 해서 청년 창업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자원을 투입한다고 해서 곧바로 성과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선순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규제 완화를 통해 창업환경을 개선하고,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등 자생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기술과 자본,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우리의 창업 현실은 매우 척박하다. 한 번 실패한 사람에게는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환경, 실력보다는 학력을 중시하고 중소 벤처기업의 핵심 기술을 빼내가는 대기업의 존재 등 불공정한 구조 아래서는 어느 누구라도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자금을 지원할 테니 무작정 '도전하라'고 주문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창업 열기를 되살리는 데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언가를 고민해야 한다. 공장 하나 설립하는 데 70개의 서류를 가져오라는 식의 규제는 뜯어고쳐야 한다. 기술과 인력을 빼가거나 하청업체로 전락시키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아 벤처 기업의 아이디어가 보호 받고 공정하게 거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 번 실패하면 회생할 수 없는 탈락자로 내모는 연대보증제의 개선은 물론 엔젤투자의 확충 및 창업 인큐베이팅 활성화 등 민간 차원의 지원 확대도 긴요하다. 젊은이들의 벤처 정신도 되살려내야 한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절반이 넘던 20ㆍ30대 벤처 기업가 비중이 요즘은 10%대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의사나 공무원, 교사 같은 안정적인 일자리에 안주하려 스펙 쌓기에만 골몰할 뿐 도전적인 창업을 기피하는 게 현실이다. 창업가 정신이야말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갈 원동력임을 새삼 일깨울 필요가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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