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리베이트 관행, 제약산업 망가뜨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한국얀센, 한국노바티스 등 5개 다국적 제약사와 CJ제일제당 등 6개 제약사들이 530억여원 대의 부당판촉 활동(리베이트 제공)을 벌인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국내 9개 제약사들이 400억원 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해 물의를 빚은 게 바로 넉 달여 전이다. 정부의 근절 방침에도 은밀한 뇌물 고리는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리베이트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제약사들은 거액의 강연료나 자문료 지급, 학술대회 지원, 제품설명회 등 합법을 가장해 우회적으로 현금이나 상품권을 주었다. 정부 감시가 심해지자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윤리경영을 앞세운 다국적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뿌렸다는 점도 놀랍다. 나쁜 짓에는 국내외 업체가 따로 없는 셈이다. 리베이트의 폐해는 크다. 고스란히 약값에 얹어져 약값이 비싸지고 결국 애꿎은 소비자들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리베이트 규모는 연간 2조~3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공정위의 추정이다. 지난해 건보재정 적자 1조3000억원을 메우고도 남는 금액이다. 신약 개발은 등한시한 채 리베이트로 판매를 확대하려는 영업행태로는 제약산업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국민 전체 의료비 지출 가운데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08년 기준 2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4.3%)의 1.6배에 이른다. 의약품 남용도 한 원인이지만 복제약값마저 선진국보다 비싼 탓이다. 정부가 지난달 제약업계의 반발에도 약가를 인하하기로 방침을 정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제약업계는 반발할 계제가 아니다. 많게는 약값의 25%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없애면 약값의 거품을 얼마든지 뺄 수 있다.  제약업계는 리베이트로 매출을 확대하려 들지 말고 신약 개발로 경쟁하는 쪽으로 의식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아울러 리베이트의 한 당사자인 의료계도 약품명 처방이 아닌 성분명 처방을 해 소비자가 약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는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시점이 쌍벌죄 발효 이전이라고 넘어갈 게 아니라 리베이트를 받은 병ㆍ의원과 의사 명단을 공개해 근절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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