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산업계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차세대 무선통신 기술인 '가시광통신(VLCㆍVisible Light Communication)'이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의 세계 첫 표준으로 채택되는 쾌거를 올렸다. 이번 쾌거로 우리나라는 차세대 무선기술에 대한 주도권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가시광통신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장치에서 발산하는 빛(가시광)을 이용해 데이터를 무선으로 송수신하는 통신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외부 LED 조명 기구나 휴대전화 자체의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고 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버스정거장 주변의 가로등에서 나오는 빛을 휴대전화에 비추면 노선 정보, 버스 시간표와 같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자동차 간 통신은 물론이고 자동차와 신호등 간 교통정보 송수신, 등대와 선박 간 통신, 광무선 근거리통신(Optical PAN) 등 다양한 분야로의 적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전파사용이 제한된 병원, 비행기 등의 장소에서도 유용하며 주파수 대신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유한자원인 주파수를 두고 경쟁할 필요가 없다. 이와 같이 조명기능과 함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로 인해 우리 실생활 주변에서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장성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도의 이번 표준개발로 2020년께 300조원에 이르는 LED시장에서 본격적인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획기적인 기술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핵심기술로 정부 주도의 대형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동안 국가 R&D 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낸 것은 가시광통신 기술뿐만이 아니다. 예컨대 1980년대 국내 순수기술로 개발된 전전자교환기(TDX)와 1990년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그리고 2000년대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와이브로(Wibro) 기술 등은 국가 R&D 사업의 결실이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6ㆍ25전쟁을 겪으며 트랜지스터 라디오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우리나라가 지금은 조선, 반도체, 가전제품, 모바일 등의 산업분야에서 글로벌시장을 장악하고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초고속 성장할 수 있게 된 원천의 힘은 무얼까. 다른 요인들도 많겠지만 무엇보다 정부와 민간, 그리고 연구계가 합심하여 지속적인 R&D 투자로 기술력을 끌어올린 덕분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첨단산업기술 육성을 위해 R&D 투자 수준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정부의 R&D 예산은 2008년에 처음 1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지난해 13조6000억원에 비해 8.7% 늘어난 14조9000억원이다. 2009년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중(3.57%)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절대금액으로 보면 미국의 15분의 1, 일본의 4분의 1가량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R&D 사업에서 한정된 예산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면 이번에 우리가 개발한 가시광통신 기술처럼 장차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R&D 씨앗은 당장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다. 특히 공공 R&D가 뿌린 만큼 성과를 거두려면, 꾸준한 투자와 열정을 쏟아야 열매를 맺는다. 지금 뿌려지고 있는 R&D 씨앗들이 미래에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기술을 꽃피우며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와 국부(國富)를 창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서영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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