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우리 소비행태를 돌아보게 하는 보고서를 냈다. 가계소득에서 명품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어서며 일본(4%)을 제칠 정도로 한국인에게 명품소비가 '일상화'됐다는 내용이다. 한국 명품시장은 2006년 이후 연평균 12%씩 성장해 지난해 45억달러(4조8000억원) 규모로 커졌고, 이런 급신장세가 3~5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에서 루이뷔통 가방은 '3초 백', 구찌 가방은 '5초 백'으로 불린다. 거리를 걷다 보면 3초, 5초에 한 번씩 마주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올 여름 '샤테크(샤넬 백을 이용한 재테크)'를 겸해 프랑스로 휴가를 떠난 젊은 여성들도 있었다고 한다. 명품 가방의 프랑스 현지와 국내 가격차가 200만~300만원으로 현지에서 쇼핑하면 항공료를 뽑고도 남는다는 계산에서다. 사정이 이러니 일부 명품 브랜드는 국내에서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관세가 없어졌는데도 되레 가격을 올렸다. 비싸도 수요가 계속 늘어나니 똑같은 제품을 한국에서 가장 비싸게 판다. 미국 등지에선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사회공헌기금으로 내놓으면서도 한국에선 전혀 기부를 하지 않거나 극히 적은 금액을 내놓는 실정이다. 10여년 전 일본에서 명품이 한창 유행일 때 빚을 내 명품을 사는 풍조가 있었다. 지금 우리가 딱 그런 모습이다. '3초 백' '5초 백'에 싫증을 느껴 갈수록 고가의 구입하기 힘든 브랜드로 옮아가고 있다. 수작업으로 연 700~800개를 만든다는 에르메스의 버킨 가방은 국내 판매가격이 1000만원대인데도 주문한 뒤 몇 년씩 기다리는 한국인이 1000명을 넘는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여대생들 가운데 명품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유가 있어서, 열심히 일해 벌어들인 소득 범위 안에서 향유하는 소비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남들이 들고 다니니 나도' 하는 식의 모방소비와 과시소비는 곤란하다. 고가 수입명품만을 찾는다고 차별화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명품으로 치장한 몰개성보다 나만의 개성을 살린 차림새가 돋보인다. 국내 기업들도 분발해야 한다. 과거 일본 여행객마다 사들고 들어오던 일제 코끼리 밥통 행렬은 사라졌다. 일제를 능가하는 국산이 나온 결과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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