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부채의 규모와 증가 속도가 위험수위다. 27개 공기업의 지난해 말 기준 총 부채는 271조9511억원으로 전년보다 14.4%, 34조2491억원이 늘었다. 2007년에 156조원대였으나 3년 사이 115조원(73.8%)이나 늘어났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피치가 한국의 공기업 부채가 우려할 수준이라고 경고한 지 이미 오래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자원공사는 보금자리주택과 혁신도시사업,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을 떠안은 게 부채 증가의 주 요인이다. 전문성이 없는 정치권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 자구 노력은커녕 성과급을 펑펑 주는 등 경영 혁신을 외면한 탓도 있다. 역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 책임이 무겁다. 에너지 공기업은 사정이 좀 다르긴 하다. 하지만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한국전력공사ㆍ가스공사ㆍ난방공사 등 산하 12개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96조8333억원이다. 2007년의 56조6048억원보다 40조원가량 늘어났다. 부채가 쌓이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억제도 주요한 원인의 하나다. 팔면 팔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요금 인상 억제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폭을 최소화하고 시기를 분산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는 고육책이다. 하지만 공기업의 경영이 악화되고 부채가 불어나는 것도 결국은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김쌍수 한전 사장은 며칠 전 퇴임하면서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올리지 않으면 아무리 자구 노력을 기울여도 적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구하는 물가안정과 공기관의 경영 건전화라는 목표의 딜레마를 정확하게 드러낸 표현이다. 공기업의 경영 위축을 부르지 않으면서 공공요금의 과도한 상승을 억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선 공기업 경영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국책 사업에 편법으로 공기업을 동원하거나 부실 경영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낙하산 인사부터 근절해야 한다. 물가에 과도한 충격이 없는 범위 내에서 가격 현실화도 필요하다. 무조건 억누르기만 하는 게 최선책은 아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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