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내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9일간 대구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202개국 1945명의 선수가 출전해 기량을 다툰다. 올여름 물난리, 고물가, 전세난에 이어 무상급식 정쟁에까지 시달린 국민으로서는 달구벌에서 벌어질 지구촌 스포츠 축제의 열기 속에서 심기일전할 카타르시스의 기회를 갖게 됐다. 술수가 통하지 않는 육상경기에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정직한 승부를 벌이는 모습을 보노라면 삶에 대한 의욕과 희망이 새롭게 솟아날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흥미로운 경기가 많다. 2년 전 대회에서 9초58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출전하는 남자 100m, 류샹(중국)과 데이비드 올리버(미국)가 세계기록 보유자 다이론 로블레스(쿠바)에게 도전하는 남자 110m 허들, 2년 전 대회에서 세 차례 연속 바를 넘지 못하고 퇴장한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가 부활을 시도하는 여자 장대높이뛰기 등은 벌써부터 육상 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처음으로 장애인으로서 비장애인 선수들과 직접 겨루게 된 '의족을 단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와 '블라인드 러너' 제이슨 스미스(아일랜드)의 역주에 감동할 준비가 된 스포츠팬도 많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하계올림픽과 월드컵을 더해 3대 국제 스포츠대회를 모두 주최한 '트리플 크라운' 국가가 된다. 그러나 이런 외양과 달리 육상 스포츠 실력은 미미하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1983년에 처음 열린 뒤로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이 대회에서 색깔을 불문하고 단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1999년 여자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을 비롯해 80여개국이 총 1600여개의 메달을 획득한 것에 비추면 창피할 정도다. 이번 대회에서도 우리나라는 '10-10'이라 하여 '10개 종목에서 10위 안에 들어 결승 경기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뭐 그런들 어떠하랴. 스포츠 대회를 놓고 나라별 메달 수를 세고 국력의 순서와 동일시하는 것은 후진적 태도다. 선수들이 각자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면 우리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자. 그러면서 우리의 육상 실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교훈을 얻으면 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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