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말잔치로 끝난 우리금융 민영화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청와대와 정부가 과연 우리금융 민영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금융 매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금융계에서 이같은 지적이 잇따라 들리고 있다. 이번 정부들어 우리금융 매각 시도는 두 번이나 파행을 겪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바로 그 '정부'를 파행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의욕이 앞서서 말만 내세웠을 뿐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밀어부치다 결국 파행으로 몰고 갔다는 진단이다. 우선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책임이 크다. 그는 우리금융 매각의 유력후보로 산은금융을 꼽았다가 결국 여론에 밀려 입장을 뒤집고, 다시 사모펀드(PEF)를 통한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그가 지난 5월 출입기자단 세미나에서 "민간과 민간이 되겠다는 이가 공정하고 유효한 경쟁을 벌이는 게 나쁘지 않다"고 말한 것이나, "특정 금융회사를 배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은 모두 산은금융 지지로 해석돼 국회와 여론의 반발을 자초했다. PEF를 통한 매각에 관해서도 "우리금융은 현재 주가가 싸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5배 정도"라며 유효경쟁을 확신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PEF들은 기준에 맞추지 못해 포기하고 말았다. 국회 설득에도 실패했다.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 매각이)유효경쟁 정도가 아니라 과당경쟁을 우려할 정도"라고 말했지만, 국회와의 의견충돌로 시행령 개정에 실패해 금융지주회사는 모두 빠져 버렸다. 문제는 김 위원장의 탓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청와대가 금융위에 제대로 힘을 실어주지 않은 것이 정책 표류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PEF 입찰이 한창 진행되는 중 "PEF 인수는 아니라고 본다", "(정치권에서) 국민주 공모 의견이 나오면서 새로운 논쟁이 시작된 것은 바람직하다"며 김을 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청와대 의지가 약할 때 정책이 어떻게 표류하는지를 보여준 극명한 사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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