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부자세 10억 달러씩 거둬라'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가인 워렌 버핏이 지난 15일(현지 시간) 소득에 비해 세금이 너무 적다며 미국의 예산 적자폭 축소를 위한 '고통분담'(shared sacrifice)의 하나로 자발적 증세를 주장함에 따라 미국 부자들에 대한 세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자 기사에서 워싱턴의 씽크탱크인 조세정책센터의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상위 1%의 계층의 실효세율(공제 등을 제외한 실제 세금납부액)이 1979년 37%에서 2007년에는 29.5%로 7.5% 포인트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또 중위 25%의 실효세율도 같은 기간 18.6%에서 14.3%로 줄었다고 FT는 전했다. 이 센터의 로버튼 윌리엄스는 "모든 사람의 세율이 줄었지만, 가장 큰 감소는 최상위층에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약 46%의 미국인들이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다. 반면, 최상위 1%는 평균 153만 달러를 벌고,미국의 전체 소득의 16.8%를 차지하지만, 전체 세금의 25.6%를 부담한다. 버핏이 증세를 요구한 것은 이른바 '성과 보수'(carried interest)라고 부르는 투자가들의 이익에 세금을 물리자는 것이다. 현재 15%인 성과보수 세율을 일반 소득과 마찬가지로 35%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反)증세 운동의 영향력있는 단체인 '성장을 위한 클럽' 크리스 초콜라 의장은 분개했다. 그는 "버핏 주장은 임금이 자본과 동일하다는 것과 같다"면서 그는 "친성장 정책은 예금자와 투자자에게 보상해 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FT는 "35%로 세율을 높여도 향후 10년간 약 200억 달러의 추가 징수될 뿐이며, 미국의 재정 적자에 비하면 티끌만한 조각"이라면서 "차라리 부시의 감세 정책 철회가 훨씬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FT는 감세철회로 앞으로 10년간 7000억 달러가 연방 수입으로 추가로 들어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이날자 사설에서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투자를 하고, 잠재적 세금은 결코 그들을 물러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버핏의 말을 인용해 "500억 달러로 추정되는 그의 재산에 비해서는 4000만 달러의 수입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는 것은 여전히 너무 적다"고 꼬집었다. 따지고보면 면세 대상인 미실현 자본 소득과 같은 부를 축적했기 때문에 그는 사실상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버핏의 경우에는 차라리 '부유세'가 더 어울릴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2% 정도만 부유세를 물린다고 하면 그는 연간 10억 달러, 즉 현재 내고 있는 세금의 25배를 내야 할 것이라는 게 FT의 계산이다.이공순 기자 cpe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이공순 기자 cpe101@ⓒ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