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회복을 위해 '날조된 위기' 필요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오바마 행정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폴 크룩만 프린스턴대학 경제학 교수가 미국의 경제 위기 탈출을 위해서는 날조된 위기 혹은 진짜 전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1980년대 초반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해외담당 보좌관을 지낸 바 있는 크룩만 교수는 15일(현지 시각) CNN 방송에 출연하여, “트와일라이트 존(60년대 유행한 공상과학 TV 시리즈)에 일단의 과학자들이 외계인의 공격이 임박한 것처럼 날조하여 지구 평화를 이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번에...우리는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을 얻기 위해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만일 우리가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하려는 것을 발견했다면, 재정 적자나 인플레이션 따위는 부차적인 문제이고 우리는 외계 공격을 막기 위한 대규모 지출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런 뒤에 나중에, 아 실수였네, 외계인이 아니었구나할지라도 우리의 상태는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외계인 오인’ 주장은 이미 지난 2002년 부시 행정부가 존재하지 않는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크룩만 교수는 또 같은 날 자신의 블로그에 “오! 얼마나 아름다운 전쟁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제2차 세계대전은 대규모 정부 지출의 효과를 알 수 있는 위대한 자연적 실험”이라며, “(2차 대전은) 침체된 경제에 대한 적극적 접근을 선호하는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에게중요한 긍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도에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1930년대 공황을 끝낸 것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른바 ‘군사적 케인즈주의’(Military Keynesianism)라고 불리는 이같은 경제 정책은 전쟁을 통한 대규모 정부 지출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와 경기 침체 문제를 해결을 추구한다. 크룩만 교수 이외에도 몇몇 정치 전략가들이 여러차례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도력 행사를 위해 ‘꾸며진 위기’를 만들어내라고 요구한 바 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근무했었고 민주당 당료인 마크 펜은 지난해 방송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대중적 지지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 정도의 사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클린턴 행정부의 백악관 고위보좌관이었던 로버트 샤피로도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이 리더임을 보여주려면, 9.11 사건이나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 정도의 사건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그걸 어떻게 이뤄낼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008년 10월에는 극우파의 이론적 근거지 중의 하나인 랜드재단에서 미 국방성을 상대로 경제위기를 막기 위한 전쟁을 벌이도록 로비했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으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공순 기자 cpe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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