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들, “유증한다던데...자사주 꼭 사야돼?”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A증권사 L부장은 얼마 전 회사가 조만간 유상증자를 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지만 반갑지 않다. 3년 전 대출을 받아 매입한 우리사주를 있는 보유 중인데 올해 초부터는 주가가 급락했다. 여기에 유상증자가 되면 주가가 다시 떨어질텐데 언제 현금화 할 수 있을지 모를 자사주를 또 사야될 상황이다.증권사 직원들이 우리사주에 할당된 자사주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 자격이 주어지는 자기자본 기준이 제시되면서 중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유상증자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가 침체된 가운데 증권업종에 대한 비관적 전망 또한 높아가고 있어 업계에서는 과거처럼 자사주 매력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프라임브로커리지 영업을 위한 자기자본 기준이 3조원으로 확정됐다. 유상증자는 자본금이 2조원 안팎으로 올해 이익으로는 자본금 기준을 채우기에 부족한 증권사들이 고민하는 자금 확충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이 유상증자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거론 된다. 이 밖에 삼성증권, 대우증권은 올해 이익을 자본금으로 전환해 기준을 충족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유상증자 카드도 내려놓지는 않고 있다.이들 증권사는 최근 몇 년간 유상증자가 없었다. 가장 최근에는 현대증권이 2007년 단행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자본시장통합법(현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종합금융투자업 취득 요건을 갖추기 위한 '몸집 불리기'였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과 동부증권 역시 같은 시기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밖에 우리투자증권이 2000년에 주주배정방식으로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고, 삼성증권과 대우증권이 각각 1999년과 2000년에 마지막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과거 증권사의 수익이 고공행진을 하던 시절 우리사주 할당물량은 유용한 재테크 수단이었다. 한 증권사 10년차 과장은 "90년대 유상증자를 할 때는 자사주를 매입해 큰 시세차익을 거둬 강남의 아파트를 장만했다는 상사의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황과 증권업에 대한 전망을 미뤄볼 때 현재 시점에서 우리사주에 할당될 자사주는 매력이 떨어진다. 현대증권 노조 관계자는 "2007년에 유상증자를 할 때 1만2000원에 인수했었는데 아직 현금화 하지 않은 직원들이 대부분"이라며 "만일 유상증자를 하면 3000억원 이상일텐데 그 중 600억원 정도가 우리사주 물량인 만큼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직원들에는 할당되는 자사주 물량이 재정적으로 부담이다. 자사주 매입에 목돈이 들어가다 보니 대출을 받는데 이자 등을 제외하고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 임직원들은 우리사주 물량을 은행이나 증권금융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을 수 있다.증권업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 대비 주가가 낮은 상태지만 당분간 주가 상승 요인은 없는 상황"이라며 "증권주는 일반적으로 매수 후에 장기간 보유하는 종목은 아니다"이라고 강조했다.지선호 기자 likemo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증권부 지선호 기자 likemor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