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책무다." "우리 사회가 돈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정당한 방법을 통한 부의 축적을 강조하는 이 같은 말은 경영자나 자산가 대상의 특강에서 나옴직한 발언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한 사람은 신경제주의를 비판하는 경제학자도, 부도덕한 축재를 고발하는 사회운동가도 아니다. 앞쪽은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말이고, 뒤편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지적이다. 원로 성직자가 돈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UN 사무총장이 기업윤리를 말하는 것은 예전의 잣대로 보면 어딘지 낯설고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이 시대 세계 곳곳의 혼란과 갈등, 분노의 진원지가 결국 '경제 문제'로 귀결된다는 점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요즘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고 있는 미국 경제의 추락도 시장의 탐욕과 정치적 갈등이 불러온 결과다. 영국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혈시위 사태도 경제 사정의 악화와 리더십 부재가 불러온 재앙이다. 재정적자와 긴축, 이에 따른 복지 축소와 일자리 감소가 그것이다. 지난 6월 연임 확정 이후 처음 한국을 찾은 반 총장은 "빈곤ㆍ기후변화ㆍ식량위기 등 '다중위기' 시대에 기업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 강화를 강조했다. 그의 지적은 우리의 기업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대ㆍ중소기업의 양극화는 갈수록 깊어진다. 대기업의 역할과 책임이 강조되고 있지만 대기업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반기업 정서나 '대기업 때리기'가 왜 나왔는지 기업인들은 스스로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정 추기경은 '성모 승천 대축일(15일)'을 맞아 발표한 메시지에서 사회 전반에 만연한 배금주의, 물질만능주의를 준엄하게 꾸짖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사회로 치닫고 있다"면서 지도자들은 돈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더 높이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 비리가 상징하는 기업주의 부도덕성, 포퓰리즘에 빠진 정치권, 인사청문회에서 반복되는 고위 공직자의 탈법과 투기 의혹을 떠올리면서 정 추기경과 반 총장의 고언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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