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통위의 愚答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최근 한국에서 일어나는 해킹 주체가 중국, 북한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이 사이버 보안대책을 내놓는다는 의미를 '북한과의 사이버전쟁 선포'로 이해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자리. 외국 언론에서는 이례적으로 참석해 눈길을 끈 카타르 알자지라방송의 기자가 다소 엉뚱한 질문을 했다. 방통위는 "오늘 브리핑 내용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내용인 것 같다"는 현명한 답변으로 분위기를 다시 주도해 나갔다. 민감할 수 있는 외국 언론의 질문에 "종합대책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한다"는 식의 재치가 돋보인 대목이다. 해당 기자도 더 이상의 질문 없이 방통위의 브리핑에 귀를 기울였다.문제는 방통위의 현명한 답변이 여기까지였다는 점이다. 정책 당국(방통위)의 구체적이고 새로운 대책을 기대했지만 알맹이는 빠져 있었다. 현재까지 진행 중인 대책을 이것저것 짜깁기한 종합 세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구체적 내용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방통위는 "현 단계에서 밝힐 수 없다.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의미로 이해해 달라"는 답변만 늘어 놓았다. 우선 해킹 사고를 방치한 기업 경영자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내용은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 이미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및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 민형사상 책임이 명시돼 있는 상황에서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주장만 덧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보안에 관해서는 용역업체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 있으나 그 수위나 범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국가정보원을 컨트롤타워로 두고 15개 부처가 공조해 나가겠다는 내용에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물론 범정부기관이 상호 유기적으로 사이버 공격에 대처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방통위의 본업과 사후 책임소재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15개 부처가 3개월여간 7~8차례의 회동을 통해 도출한 범정부적 사이버보안 대책에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면 개인정보가 발가벗겨진 국민의 현명한 질문(賢問)에 방통위가 우매한 답변(愚答)을 내놓은 모양새다. 방통위의 현명한 답변을 기대한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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