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쾌남의 사랑법

포마드로 빗어 넘긴 2:8 가르마, 삐딱하게 얹은 중절모, 몸에 착 감기는 클래식한 더블버튼 수트. 인생 한방을 꿈꾸며 주사위를 던지는 남자들이 춤을 춘다. 섹시한 란제리룩의 쇼걸도, 단추를 목까지 걸어 채운 선교사도 사랑을 갈구하며 춤을 춘다. 무대 위는 연신 네온사인으로 반짝이고, 브라스밴드의 쿵작거림이 ‘6090’을 훌쩍 넘는다. 뉴욕과 하바나를 오가며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재킷을 입는 순간마저도 그림이 된다. 유쾌한 웃음과 박자에 맞춘 박수소리로 가득한 2시간, 쇼뮤지컬이란 이런 것이다.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이 지난 8월 2일, 6년만의 재공연을 시작했다. 14년동안 연애만 해온 커플, 순결한 여자와 그녀로 인해 인생이 바뀐 남자의 이야기로 구성된 <아가씨와 건달들>은 1950년 브로드웨이에서 태어나 어느새 환갑이 됐다. 화려한 쇼와 흥겨운 리듬으로 쇼뮤지컬의 정석으로 불리고 있지만, 스토리에 있어서만큼은 흘러버린 세월만큼 오래된 가치관이 삐죽 얼굴을 내민다. 네이슨(진구ㆍ이율)과 스카이(김무열ㆍ이용우)가 도박과 의리 등 남자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것에 비해, 여성캐릭터는 줄곧 사랑에 집착하고 수동적인 인물로 다뤄져왔기 때문이다. 특히 뉴욕에서 가장 힙한 클럽의 쇼걸인 아들레이드(김영주ㆍ옥주현)는 ‘내가 제일 잘나가’를 외치기는커녕 14년째 약혼자인 네이슨을 향해 ‘몽땅 퍼줄게’라고 노래하는 여자로 그려졌다. 좋게 말해 순애보이지만 한참 바보 같은 캐릭터였고, 클럽에서 우유를 주문하는 사라(정선아) 역시 선교사라는 틀 안에 가둬진 인물로만 소구되어왔다. <H3>2011년, 한층 능동적이 된 아가씨들</H3>
그래서 이들이 2011년 오늘의 한국에서 살아 숨쉬기 위한 변화는 필수적이었다. 원작에서 최연장자로 그려졌던 네이슨은 극 중 막내가 되어 자연스럽게 아들레이드와 연상연하 커플이 되었다. 덕분에 아들레이드는 아이 같은 사랑스러움에 성숙함을 얹었고, 네이슨 역시 넉살과 배짱을 지닌 ‘귀요미’가 되었다. 특히 스카이와 네이슨이 천불을 건 내기의 대상에만 머물렀던 사라는 <렌트>, <드림걸즈> 등을 통해 섹시한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정선아가 맡음으로서 청순함 속에 뜨거운 욕망과 열정을 가진 능동적인 여성으로 변신했다. “캐릭터와 배우들을 위한 극”이라는 이지나 연출가의 설명처럼, <아가씨와 건달들>은 일곱 배우의 뚜렷한 개성으로 7개의 극을 만들어낸다. 정선아로부터 “이완 맥그리거”라는 평을 들은 김무열의 스카이는 원작에 가장 가까운 반듯하고 여유 있는 스카이를, 단독 무용 공연을 열어 온 이용우는 한 차원 다른 댄스와 패션 감각으로 “똘기 충만한”(이지나) 스카이를 그린다. 김영주는 깊고 나른한 보컬의 재즈로, 옥주현은 적절한 코미디의 템포로 매력적인 아들레이드를 만들었다. 진구의 네이슨이 연하지만 언제라도 기대고 싶은 듬직한 오빠라면 이율의 네이슨은 쥐어박고 싶은 남동생의 이미지가 강하다. 긴 세월이 주는 안락함과 서로의 다름에서 찾아내는 묘한 설레임, 그 어느 쪽이라도 행복한 판타지가 펼쳐질 것이다. “유쾌하고 발랄한 쾌남”(이율)과 사랑하고 싶은 아가씨들의 댄스파티는 8월 2일부터 9월 1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장경진 three@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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