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저작물' 두고 정부-민간 손잡았다

지난 12일 정부와 민간이 '공유 저작물' 문제 해결에 뜻을 모아 손을 잡았다. 공유 저작물 수집ㆍ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공유 저작물 창조자원화 포럼'을 만든 것이다. 이 포럼은 앞으로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공유 저작물을 수집하고 이 저작물들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지난 12일 정부와 민간이 '이것'을 두고 손을 잡았다. 그동안 정부와 민간 사업자가 무언가를 함께 하려 손을 잡은 적은 많았지만 '이것'을 위해 협력을 선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것'은 오늘 지식의 주인공인 '공유 저작물'이다. 공유 저작물은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난 저작물이나 저작권자가 자유 이용을 허락한 저작물, 공공기관의 무료 개방 저작물 등과 같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을 뜻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정병국)와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원장 한응수), 한국저작권위원회(위원장 유병한)는 정부와 민간이 한 자리에 모여 공유 저작물 수집ㆍ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공유 저작물 창조자원화 포럼'을 이날 출범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활용이 더딘 공유 저작물을 정부가 나서서 수집하고 또 자원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저작물 문제는 이제 법률의 문제가 아니라 돈의 문제입니다."공유 저작물에 대한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의 말이다. 공유 저작물은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나지 않아 법적으로 풀어야 하는 다른 저작물 문제와 달리 어떻게 서비스를 할 것인가 하는 돈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공유 저작물 활용은 정부가 예산을 투자하고 민간 업체의 참여를 끌어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NHN, 다음, 구글코리아 등 민간 사업자는 이 같은 지적에 뜻을 모아 '공유 저작물 창조자원화 포럼'을 만들었고, 이 포럼 활동으로 확보한 공유 저작물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나아가 민간 사업자와 연계해 공유 저작물을 쉽게 서비스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세운다는 방침이다.

유럽의 공유 저작물 활용 사이트인 '유로피아나(Europeana)'.

◆벤치마킹 대상은 유럽의 '유로피아나'='공유 저작물 창조자원화 포럼'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건 유럽의 공유 저작물 활용 사이트인 '유로피아나(Europeana)'다. 2005년 4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등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유로피아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주체가 돼 2008년 11월 첫 선을 보였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영국 국립도서관, 루브르 박물관, 대영 박물관 등을 비롯한 유럽의 수많은 도서관과 박물관, 대학 등이 민간 파트너로 참여하는 유로피아나는 지금까지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난 만료 저작물 1500만 건을 수집했다. 여기엔 그림과 지도, 인쇄자료 등 이미지는 물론 단행본과 신문 등 텍스트, 음악, 영화나 뉴스, 텔레비전 방송 등 비디오 관련 자료들이 포함돼 있다. 유럽연합(EU) 보조금과 민간 출연금 등으로 운영되는 유로피아나의 예산 규모는 올해 기준으로 약 74억원이다. 실질적인 운영은 12개가 넘는 유럽 각국에서 온 데이터 표준화, 웹 구성 기술, 마케팅 분야 등의 전문가들 29명으로 구성된 유로피아나팀이 맡고 있다. '공공재산에 속하는 것은 공공재산으로 남아야 한다', '저작권 보호는 한시적인 것이다', '디지털화된 공공재산의 이용자는 저작물을 무료로 이용하고 복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기본원칙을 가진 유로피아나의 가장 큰 특징은 '민관 협력 체제'와 '개방성'에서 찾을 수 있다. 유로피아나의 민관 협력 체제는 박물관 22곳과 도서관 24곳, 대학 19곳 등을 포함한 민간 기관 158곳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모습에서, 개방성은 EU에 속한 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까지도 협력 대상으로 삼으려는 유로피아나의 추후 계획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김재경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와 관련해 "유로피아나는 흩어져 있는 만료 저작물을 한 데 모아 서비스하는 시스템 가운데 가장 활성화돼 있다"며 "미국, 일본 등의 공유 저작물 활용 시스템을 제치고 가장 운영이 잘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로피아나는 민관 협력 등 부분에서 우리나라에게 좋은 교재가 돼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이 사이트에선 전자책 3만5000여 권과 문서 7만5000여 건을 이용할 수 있다.

◆'구글 북스',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도 있어=유럽에 유로피아나가 있다면 미국엔 구글 북스와 구텐베르크 프로젝트가 있다. 2004년부터 하버드 도서관 등과 협력을 시작해 책 1000만권을 디지털화 한 구글 북스는 지난 3월 있었던 법원 판결로 사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지만, 공유 저작물 활용 시스템으로서는 여전히 훌륭한 모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구글 북스가 디지털화 한 책 1000만권 가운데 만료 저작물은 300만권이다. 1971년 미국에서 시작된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는 전자책 3만5000여 권과 문서 7만5000여 건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사이트로 만료 저작물 활용 시스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난 저작물을 수집해 제공하는 자유이용사이트(freeuse.copyright.or.kr)에 등록된 공유 저작물은 지난 5월 기준으로 모두 3만6900여 건이다. 도서관에서 제공되는 공유 저작물까지를 모두 다 합해도 한국이 서비스하고 있는 공유 저작물은 10만 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국산업은행의 2006년도 자료에 따르면 공유 저작물의 경제적 활용가치는 10조1200억원으로 추산된다. 10조 규모의 이 공유 저작물 시장을 살리려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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