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별 여행에 들어갔다. 애플이 독주하던 스마트폰, 태블릿PC 시장에서 삼성이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오르자 소송, 공급선 다변화 등으로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다. 양사가 차츰 결별의 수순을 밟는 가운데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삼성전자로서는 달가울 리 없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이 받을 타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로이터 통신은 15일(현지시간) 대만 TSMC가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6 칩을 시험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칩을 전량 공급해 왔다.TSMC가 애플에 칩을 공급한다는 소문은 지난해부터 대만 언론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TSMC가 요구 조건을 맞추지 못할 경우 애플이 인텔에서도 AP 칩을 구매할 것이라는 등 인텔도 삼성전자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삼성전자도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5.8%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애플에 공급한 AP 칩 규모는 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제조업체의 공급선 다변화는 충분히 있음직한 일임에도 애플의 행보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협력사이자 경쟁 상대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당장 2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와 애플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이 같은 이유로 애플의 전략도 단순히 공급처 확대보다는 라이벌 견제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 4월 애플이 특허권 침해 혐의로 삼성전자를 제소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100% 공급받는 상황에서는 기술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사실도 애플로서는 부담이다. 특히 양사가 소송으로 얼룩져 있는 가운데 애플로서는 원청업체라는 갑의 지위를 이용해 삼성전자를 압박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그러나 TSMC가 본격적으로 애플의 칩 생산에 들어간다고 해도 삼성전자가 가까운 시일 내에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전망이다. TSMC가 생산하는 칩의 제품력과 수율 등이 확인되지 않았고 애플로부터 칩 공급 주문을 받는다고 해도 당장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애플이 검증된 협력사인 삼성전자를 떠나 TSMC에서 칩을 공급받는 것은 무리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관계에서 강력한 지위를 구축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PC 칩, 마이크로소프트(MS)는 운영체제(OS)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며 "애플이 공급선을 다변화한다고 해도 삼성전자의 제품력이 가장 뛰어날 경우 의존도를 줄일 수 없고 이는 삼성이 반도체 부문에서 영향력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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