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취급을 받는 오래된 가전제품이나 휴대전화, 컴퓨터도 따지고 보면 모두 돈이다. 그 안에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값도 비싼 희소금속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희소금속은 휴대전화를 비롯해 2차 전지, 전기자동차 등 첨단 제품의 필수 원료다. 소량이지만 꼭 필요해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희소금속은 지난해 중국과 일본 간 외교분쟁의 레버리지로 작용하기도 했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서 조업하다 나포된 중국 선장을 사법 처리하려던 일본이 중국의 희소금속 수출중단 위협에 백기를 들었다. 희소금속 무기화 으름장이 통한 것은 중국이 공급을 좌우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도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희소금속 무기화에 맞서 선진국이 관심을 갖는 방법이 폐가전ㆍ산업폐기물에서 금속자원을 찾아내는 '도시광산'이다. 무심코 처박아둔 장롱폰에 20여종의 희소금속 11.5g이 들어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344g)과 가전제품 모터(335.4g)에는 더 많다. 자동차 1대에 4.5㎏씩 국내 자동차 1800만여대에 포함된 희귀금속을 전부 합치면 8만2000t에 이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어제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도시광산 내 희소금속이 3만8000t, 그 잠재가치를 9803억원으로 추정했다. 연간 수입량의 12.3배다. 친환경차가 더 많이 보급되고 2차 전지와 스마트폰 등 소형 디지털기기의 수요가 늘어날 2020년에 가면 그 가치가 33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2001년부터 가전 재활용법을 시행해 폐가전을 적극 회수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활발하게 도시광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폐가전 회수율 자체가 낮다. 그래서 지난 4월 법을 바꿔 만든 제도가 대형 유통점 등 판매업체들이 판매량의 일정 비율만큼의 폐제품을 회수해 생산자에게 인계하는 판매업자 회수 제도이며 내년부터 시행된다. 금속자원 추출도 아직 고철이나 금, 은 등 귀금속을 뽑아내는 초보 수준이며 몇몇 대기업 계열사들이 막 투자를 시작한 단계다. 세계적으로 자원의 무기화가 두드러지고 환경보호와 녹색성장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도시광산 산업은 이제라도 적극 관심을 기울일 분야다. 그러려면 먼저 가정에서 폐제품을 버릴 때 불편과 비용 부담이 없도록 해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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