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미래학교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학생 수가 많아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2부제 수업을 하던 학교를 다녔고, 급식 대신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난로 위에 올려놓곤 했던 학창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은 학생 수가 줄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학교가 생길 만큼, 학교는 사회의 변화와 함께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20년 뒤 아이들은 어떤 학교 환경에서 공부하게 될까? 어떤 학자들은 미래에 학교가 아예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더 이상 학교가 '지식'을 배우는 최적의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10~20년 뒤 필요한 학교의 모습은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장소가 아니라 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협력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데 학자들은 대체로 동의한다.

미래학교 설계도면

디지털 교과서가 완전히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특별시의 나성초등학교를 미리 찾아가 미래학교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 나성초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서준 학생은 아침에 교문을 통과하는 동시에 자동으로 출석확인이 된다. 학생카드나 지문인식과 같은 직접적인 접촉 없이 학생들의 움직임만으로 출결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출결 정보는 학교 서버에 자동 저장되어 관리가 이루어지며 출석이 확인된 동시에 학부모에게 "이서준 학생이 학교에 잘 도착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된다.
 원형 모양의 교실에 들어서면 평범한 유리처럼 보이는 벽에 화면이 나타나기도 하고, 칠판처럼 필기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교실의 앞뒤 구별이 없는 동시에 교실의 벽면, 바닥 어디든지 학생들의 활동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스마트 월(smart wall)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서준이를 향해 선생님이 "오늘 수업주제인 해양생물에 대해 알아보자"고 말하자, 교실 한 가운데 홀로그램이 나타나 마치 바다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영상이 펼쳐진다. 가상현실 안에서 직접 바다거북과 고래를 마주하며 생생하게 바다 속 생물들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또 아이들이 각자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 패드를 꺼내 벽면에 접촉시키자 패드 안의 화면이 벽면으로 옮겨간다. 이런 방식으로 직접 필기한 내용을 선생님 및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고, 다른 친구들이 필기한 내용도 살펴볼 수 있다.
스마트 월(smart wall)은 벽면 전체를 디지털 칠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크린 기능의 벽으로 학생들이 브레인스토밍을 하거나 협력 작업 등을 할 때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커튼 기능을 겸해 투명도 조절이 가능해 수업이 없을 때는 학생 작품 전시도 할 수 있는 갤러리로도 쓰인다. 교실 밖을 나서면 다양한 규모의 토론, 프로젝트 학습, 프레젠테이션, 작품 전시 등을 할 수 있는 소규모 공간들이 교실과 교실 사이 곳곳에 배치되어 학습 활동 공간을 넓혀주게 된다. 서준이는 이 공간에서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고, 책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 점심시간에는 학교 1층에 위치한 카페테리아에서 식사를 한다. 서준이가 카페테리아에 도착하면 "이서준님, 반갑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성장기 영양관리용 식단 리스트가 화면에 뜬다. 호밀빵 야채 샌드위치, 참치야채 비빔밥, 콩고기 야채볶음 등 여러 가지 메뉴 중에서 서준이는 '호밀빵 야채 샌드위치'를 클릭한다. 이로써 자동주문이 이루어지고, 화면에는 샌드위치의 열량과 영양성분에 대한 정보가 나타난다.
 #. 서준이는 점심을 먹고 난 뒤 쉬는 시간을 활용해 학교 안에 있는 미니농장에 찾아가 키우고 있는 토마토의 상태를 확인한다. 온실처럼 생긴 미니 농장은 첨단 IT기술로 온도, 습도, 채광 등이 조절된다. 서준이는 자신의 스마트 패드를 꺼내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에 접속한 다음 자신의 토마토 화분에다가 패드를 갖다 대자 토마토의 수분, 온도, 흙의 상태 등이 데이터로 나타난다.
수분이 부족하다고 알려주자 물주기 버튼을 누른 다음, 직접 흙을 다져준다. 미래 학교에서는 이처럼 IT기술로 농장의 환경을 제어하고 관리하지만, 실제 아이들은 직접 흙을 만지고, 토마토 열매를 수확하는 기쁨을 얼마든지 느낄 수 있다. IT기술이 아이들과 자연을 더 가깝게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 오후에는 '학습컨설팅룸'을 직접 찾아가 선생님과 상담을 나눌 수 있다. 모든 학생들이 개인별 맞춤 학습 커리큘럼대로 공부하고 있어서 학생들의 수준과 진도는 제각각이다. 그래서 선생님과 정기적으로 만나서 각자의 학습 상황을 체크하고, 생활 속에서의 고민도 상담하는 것이다.
미래학교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설계하고, 자신의 생애를 디자인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자연스럽게 기존의 잘 가르치는 역할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학습 경험을 디자인해주고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컨설팅해주는 생애 멘토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미래 학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다양한 IT기술이 학교 곳곳에 숨어 있다. 다만 미래학교 안에 적용된 모든 기술들은 더 잘 가르치고 더 잘 배우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공상과학 영화와 같은 미래 학교는 언제쯤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서준이의 하루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기술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학교 현장에 도입될 예정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2030년까지 세종시에 건설될 150개의 학교 전체를 미래학교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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