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37대 검찰 수장인 김준규 검찰총장이 "검사의 본연인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을 위해 원칙을 지키라"는 말을 남긴 채 끝내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났다.김 총장은 13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퇴임식을 갖고 27년 간의 검사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 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김 총장은 지난 4일 검·경 수사권 합의 파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다.김 총장은 퇴임사에서 “검찰은 우리사회에서 등대의 역할을 해야한다"면서 "검찰은 국민의 지지와 사랑 속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들과 눈높이를 같이하며, 국민들의 소리를 듣고, 국민들과 함께 생각하라"고 후배 검사들에게 주문했다. 그는 무엇보다 "검찰의 본연의 임무는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라며 주변 여건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원칙을 지켜나가는 검찰이 돼 정직한 사회, 깨끗한 세상을 만드는 기수가 되어주기를 당부했다.1984년 서울남부지검에서 검사로 첫 발을 내딛은 김 총장은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법무부 국제법무과장·법무심의관·법무실장과 대전 고검장 등을 거쳐 지난 2009년 8월 37대 검찰총장에 올랐다. 국제검사협회 부회장으로 지난 6월말부터 7월1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검사협회 연례총회와 제4차 세계검찰총장회의를 주재하기까지 검찰 조직 내 소문난 ‘국제통’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에 대한 각국 수사기관의 직접적인 상호협력을 중시했다. 김 총장은 검찰총장 임명부터 퇴임에 이르기까지 후배 검사들과 연이 깊다. 김 총장은 2009년 故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당시 35대 임채진 총장이 물러나면서 후배인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총장 후보자로 낙점되자 검찰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천 내정자가 각종 비리 의혹으로 검찰총장 임명에 청문회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초의 자진 사퇴자’로 낙마하자 뒤늦게 검찰 수장에 올라 당시 초유의 지도부 공백상태에 있던 검찰조직을 수습했다.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 속에 검찰 수장에 올랐으나 중수부 폐지 및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검찰 조직 안팎의 내홍을 겪으며 결국 후배들의 사표와 자신의 사표를 맞바꿔 다음 총장에게 검찰 개혁의 과제를 넘기며 물러나게 됐다. 결국 김 총장은 우여곡절 끝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10번째 검찰총장이 됐다. 김 총장의 사퇴를 두고 그가 강조한 ‘원칙’이 “조직을 지키지 못하면 물러나는 것이 검사의 원칙”:이냐는 비판도 제기되었으나. 원칙의 기준을 ‘국민’으로 거듭 강조하며 사퇴의 시기를 적기로 평가되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30일이 아닌 세계검찰총장회의 일정을 모두 마친 4일로 한 것이 그 나름의 최선이 아니었느냐는 반론도 있다. 임기 중 불거져 나온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를 비롯한 검찰 내부 개혁의 과제, 저축은행 비리를 비롯한 굵직한 수사 현안, 수사지휘권의 구체적 범위를 결정짓게 될 대통령령 제정, 내년의 총·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할 司正라인으로써의 책임 등. 검찰 수장의 자리를 누가 채우든 국민들이 기대하는 검찰의 역할은 그대로 남아있다. 후임 검찰총장으로 유력시되는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과 차동민 서울고검장을 비롯한 후배검사들이 무엇을 ‘원칙’으로 삼고 있을지 후임 인선 못지않게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정준영 기자 foxfury@ⓒ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