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의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다 지난달 28일 사퇴한 김홍범 경상대 교수(경제학)가 어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퇴 이유를 직접 밝혔다. 정부가 민간위원의 의견을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금융위원회의 조직ㆍ권한을 확대ㆍ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개혁안을 마치 TF 공동의 논의 결과인 것처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주관부서인 국무총리실은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에 배석하게 해달라는 민간위원 측 요구마저 거절했다. 민간위원들을 들러리로 이용해 '민관합동'의 모양새만 갖추고 실제로는 관료들의 입맛에 맞게 개혁안을 만들어 밀어붙이려고 한 것이 분명하다. 김 교수는 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렇게 TF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정부에 전하고 싶었다." "대통령이 관료들에게 겹겹이 둘러싸인 현실을 확인했다." "흔히 말하는 모피아 등 관료 문제가 정말 심각하구나 느꼈다." 그러나 TF 발족 자체가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이었고,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도 정부위원으로 참여했다. 따라서 정부 측의 자의적인 TF 운영이 대통령은 모르는 상태에서 관료들에 의해서만 저질러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어쩌면 대통령의 묵인 아래 또는 적어도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청와대 참모진과의 협의 아래 모피아(재경관료 집단)와 금피아(금융관료 집단)가 기득권을 유지ㆍ확대하는 방향으로 TF를 운영해왔으리라는 의심이 든다. 저축은행 사태에 책임이 있는 금융위가 모든 잘못을 금융감독원에 떠넘기며 금감원의 제재 심의 및 소비자 보호 기능까지 빼앗으려는 태도를 취했다. 감독권 분산 요구를 일축하고 자기 몸집만 불리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TF의 정부위원 5명 중 4명에 이르는 재경ㆍ금융 관료들이 주도하니 그리 된 것이다. 개혁의 대상이 오히려 주역이 되어 개혁의 시늉을 내는 연극을 해온 셈이다. 정부는 TF 활동 시한을 다음 달 중순으로 한 달 반 늦췄다. 하지만 신뢰를 잃었고 민간위원들이 더는 활동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TF의 생명은 사실상 다했다. 금융감독 혁신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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