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7일 0시17분. ‘PYEONG CHANG 2018’ 카드를 보는 모든 국민은 환호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울려퍼진 ‘희망가’는 재계 트리오가 이뤄낸 합작품이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눈물, 소년처럼 뛰어오는 조양호 유치위원장, 환호하는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의 모습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사진=로이터연합)
‘평창(Pyeongchang)’벽안(碧眼)의 입에서 나온 어색하기만 한 이 한마디에 이건희 IOC위원의 눈가에는 눈물이 스르르 맺혔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발표하는 ‘평창’이라는 말을 귀에 담기 위해 그동안 달려온 12년간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이 위원의 어깨에는 2003년 이전부터 동계올림픽 개최라는 국민적 염원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거룩한 책임감’이 실려 있었다. 특히 2007년으로 이어진 2번의 유치 실패,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여론의 부담을 무릅쓰고 2009년 말 글로벌 유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이 위원에 대한 특별사면까지 단행한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결의를 숙명으로 승화시켰다.이 위원은 유치 활동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작년 초만 해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IOC위원들의 여론에서 냉담하기만 한 ‘삭풍’을 느꼈다.이 위원 스스로도 "작년, 재작년만 하더라도 유치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고 토로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전 세계를 돌며 IOC위원들을 일일이 찾았고 때로는 약속을 취소하자는 전화를 받고도 1시간 30분 넘게 기다리는 정성을 보였다. 유치 행보 중 그는 평창에 대한 IOC위원들의 표심이 서서히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직관적인 통찰이 언제나 현실을 꿰뚫는 것은 아니듯 이 위원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IOC총회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을 풀지 못하고 유치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전했다.이 위원의 눈물에는 자신이 쏟아온 노력에 대한 회고와 성공의 기쁨만 담겨져 있지 않다. 삼성이라는 굴지의 글로벌 기업군을 경영해 온 CEO로서 돌이켜볼 때 ‘좋은 나라에서 위대한 나라’로 나아가는 전기가 될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성공시킨 전 국민의 합심에 대한 감사함이 서려 있다.경영 석학 짐 콜린스의 말 대로 뛰어난 개인과 합심하는 팀원, 역량 있는 관리자가 위대한 기업을 탄생시키 듯 이 위원을 비롯한 기업인들의 유치 지원과 국민적 열망, 현장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이 대통령의 의지가 시너지효과를 냈고 그동안 이들이 흘린 열정 어린 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위원의 가슴에 이들의 땀이 시나브로 밀려든 것이다. 이 위원은 유치 확정 후 “저는 조그만 부분만 담당했을 뿐”이라며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이번 쾌거의 뿌리임을 강조했다. 그의 눈물은 ‘행복한 눈물’이었다.<ⓒ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