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끌려갈 순 없다' 속도 내는 진수희

사진출처 : 보건복지부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혜정 기자]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은 4일 예정에 없던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 상비약 슈퍼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 일정을 밝히는 그의 표정은 2주전과 사뭇 달랐다.진 장관은 지난달 21일 기자실을 방문해 "정치일정을 미뤄서라도 (일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강한 의지를 밝힌 것처럼 보도됐지만, 실상 진 장관은 지치고 초췌한 모습이 역력했다. 주요 발언 내용도 '이렇게 하겠다'보다는 '그게 아니다'가 많았다.그러나 이 후 박카스 등 의약외품 전환, 중앙약심의 '다수의견' 취합 등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며 복지부는 자기 '페이스'를 찾은 듯하다. 진 장관은 4일 브리핑에서 하반기 주요 보건의료과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 등 시종 여유 있는 모습을 유지했다. ◆"모든 정책은 국민시각에서…도그마에 빠지지 말자"진 장관은 이날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 지 생각하며 정책을 점검해나가지 않으면 오해가 생기고 정책이 애초 목표대로 가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또 "이번 기회에 공직자들이 정책 과제를 추진함에 있어 도그마(독단)에 빠지지 말고 객관적으로 자기성찰하는 등 업무에 임하는 과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진 장관의 이 같은 술회는 그동안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고생과 맥을 같이 한다.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의미다. 6월 3일 첫 대책발표 때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음에도 "약사회에 굴복했다", "일을 복잡하게 해놓고 복지부는 빠져나가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진 장관은 이를 '오해'라고 표현했지만 정부의 '입장'은 없고 이해당사자에게 해결을 도맡긴 점은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청와대까지 나서 복지부의 추진력 부재를 질책하자 진 장관은 궁지에 몰린 듯 했다. 박카스 등 일부 의약품에 대한 슈퍼판매를 허용하고, 연이어 약사법 개정안 국회 제출을 공언하며 정부의 '스탠스'를 하나씩 구체화 시킨 것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표결'한 것이 아님에도 지난 1일 복지부가 "위원 12명 중 8명이 약국외 판매약 도입을 찬성했다"고 밝히며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도 이런 의도로 풀이된다. 진 장관은 소회를 털어놓은 뒤 "이 일은 장관 개인으로서 오래 기억에 남을 일이고 복지부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속도 내는 정부…넘어야 할 산도 많아 진 장관은 이날 의사ㆍ약사 간 갈등으로 지지부진 하던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강하게 추진,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진 장관은 "감기약, 진통제 등을 심야시간이나 공휴일에 약국 외의 장소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9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 제출에 앞서 정부는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회의를 오는 7일과 11일 두 차례 열고 소비자단체와 의약사 단체, 언론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도 이 달 안에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복지부는 8월 내 입법예고하고 이르면 9월 중 국회 제출한다는 일정을 제시했다.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결국 국회와 약사단체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진 장관은 "예산법안이 아니면 국회 심사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정협의를 통해 우선순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할 일 다했다'고 발을 뺄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이해당사자에 대해선 "정부는 정부대로 이해당사자들에게 국민의 불편해결이라는 입장에서 설득하겠고, 언론의 관심과 채근도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박혜정 기자 park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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