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의 건강맛집] '뜰안의 작은 행복' - 명동 '집밥' 먹으러 오세요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지치고 힘들면 찾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집입니다. 검게 그을린 손을 잡아주시며 "이것 먹고 힘내라" 는 어머니의 따스한 밥상이 그립지 않으십니까. 오늘 아시아경제가 찾아간 건강 맛집 '뜰안의 작은 행복'에 답이 있습니다. 경기도 양평에서 직접 재배한 들깨에 찹쌀가루를 풀어 약간의 소금으로만 간을 한 들깨탕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혈압 저하와 혈전증 개선 등에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들깨의 효능이 어머니의 밥상에 그대로 담겨 여러분을 맞이합니다. 미각은 물론 먹는 것만으로도 몸에 약이 되는 음식점을 소개하는 '아경 건강 식당' 섹션이 오늘부터 여러분의 어머니 밥상을 찾아드리겠습니다.

"어떤 재료로 만든 음식이 약선(藥膳) 음식입니까?" '병을 예방하고 치료를 돕기 위해 먹는 음식'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약선 음식의 종류를 묻는 기자의 무지한 질문에 사찰 음식 전문가인 대안스님이 조용히 기자를 꾸짖는다. "세상의 모든 재료가 다 약이 될 수 있어요. 두릅이나 영지버섯, 더덕 같은 비싼 재료가 약선이 아니에요. 동네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콩나물이나 시금치 등 제철에 나는 채소들도 올바른 레시피에 따라 몸에 맞게 섭취하면 모두 약이 될 수 있습니다. 비싼 재료도 잘못 조리하면 약이 아닌, '독' 음식이 됩니다."

명동 창고극장 옆에 위치한 한식당 '뜰안의 작은 행복'(이하 뜰안)의 특별한 맛은 8년 동안 식복사로 명동성당의 신부들에게 음식을 조리해온 조한석 실장의 어머니로부터 나온다. 조 실장과 그의 어머니는 올해로 36년째 경기도 양평에서 1500평 넓이의 농장을 운영 중이다. 식당을 할 생각은 애초엔 없었다. 농장에서 길러지는 배추, 상추, 도라지, 깻잎 등 농약을 치지 않은 신선한 채소들은 온전히 이들 가족의 밥상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우스 농사가 아닌 100% 노지에서 제초제 없이 호미로 일일이 김을 매며 재배한 식재료를 직접 수확해 요리해 먹는 맛은 대단했다. 식재료 본연의 맛과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고 요리해 유기농 채소의 신선함이 그대로 몸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직접 재배한 콩으로 담근 집 간장과 집 된장도 어떤 인공 조미료보다 더 깊고 진한 맛을 내는 이 집의 최고 조미료다. 조 실장은 이런 맛을 자신의 가족들만이 즐기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식당 '뜰안'은 바로 이렇게 시작됐다.

'뜰안'의 메뉴 자체는 평범하다. 식재료들도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뜰안'은 코다리 정식과 곤드레밥 정식, 떡갈비 정식 등 점심 메뉴들 외에 저녁에는 '뜰안의 성찬' '특식' '뜰안의 정식' '행복 정식' 등으로 명명된 한식 코스 요리를 내놓는다. 샐러드, 냉채, 메인 디쉬, 탕, 식사로 이어지는 여느 한식집의 메뉴와 그다지 다를 것 없다. 하지만 확연하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80% 이상의 식재료 대부분을 과거 집에서 먹을 때와 동일하게 농장에서 공수하고 있다는 것. 매주 2회 농장에서 직송되는 콩, 도라지, 고추, 상추, 배추, 토란, 녹두, 들깨 등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식재료는 모두 유기농, 무농약이다.

농장에서 공급할 수 있는 재료의 양이 한정되어 있는 탓에 '뜰안'은 철저히 100% 예약제로 유지된다. 더 손쉽고 더 빠르게 돈을 벌 수도 있었다. 프랜차이즈를 하자며 유혹의 손길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마 모두 거절했다. 애시당초 식당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신념과 철학이 없어진다면 식당 자체의 존재 의미가 퇴색될까 두려웠다.

건강식당으로 선정하기 훨씬 전 기자는 신분을 감추고 몰래 '뜰안'을 방문했다. 코다리 정식과 떡갈비 정식, 곤드레밥 정식 등 세 종류의 점심 메뉴를 접한 첫 느낌은 '집밥' 이미지였다. 나중에 맛본 저녁 코스 요리 역시 점심 메뉴의 느낌과 동일했다. 직접 재배한 들깨와 찹쌀가루에 약간의 소금으로만 간을 한 들깨탕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권장량보다 소금을 30%가량 적게 사용한 '저염' 스타일로, 혈압 저하와 혈전증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들깨의 효능을 최대한 담아내고자 했다. 참깨와 양파, 배 등의 채집 채소 소스를 끼얹은 밀전병 역시 각 식재료들의 밸런스를 맞추며, 식재료의 원 맛을 고스란히 냈다.

'뜰안'의 메뉴 모두가 다 이런 식이다. 손수 키워 '채집'한 유기농 채소를 재료로 '가족들에게 저녁밥을 내놓는 마음'으로 요리하는 조리사의 정성이 더해진 '뜰안'의 모든 음식은 그 자체가 '약선' 일 것이다.

우리집은 / 조한석 '뜰안의 작은 행복' 대표

조한석 실장은 식당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외식을 즐기지 않는 자신의 까다로운 식습관' 때문이라고 밝힌다. 화학조미료와 인공소금 등 외식에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를 빼고 자연의 맛에 최대한 가깝게 깊고 순한 맛을 내는 식당을 내면 반응이 남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의 생각은 옳았다. '뜰안'은 대기줄 없이 점심, 저녁 모두 100% 예약제로 운영되며, 30대 중반 이후가 주를 이루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절반 이상이 20대 초ㆍ중반의 젊은 손님들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선호하는 일본 관광객들도 급증하는 추세로, 일본인 손님이 식당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한다. 조 실장은 "주요 단골들은 노지와 하우스의 향의 차이까지 분명히 구별하는 분"들이라며 메인 요리 뿐 아니라 김치에 사용하는 고추와 마늘, 부추까지도 모두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김은미 자문위원은 / 친환경 고유의 맛 살리기 관건

점심과 저녁 메뉴 자체는 평범하다. '뜰안'에서 사용하는 유기농 채소도 사실 익혀 먹을 때는 농약을 사용해서 재배한 일반 채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유기농 채소가 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생식'으로 먹을 때다. 냉채, 샐러드 등 양념과 소스를 최소화하여 친환경 채소의 고유한 맛을 살리려는 시도는 칭찬할만하다. 또한 유기산 함유량이 높은 매실농축액은 살균 작용과 배탈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매실차나 유자차를 만드는 것과 방법은 동일하다. 매실과 물에 설탕을 넣고 몇 달 정도 지나면 삼투압 현상을 일으켜 설탕에 매실 성분이 침지, 숙성된다.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건강맛집 자문위원들'

이현규

한양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

-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졸업

- 미국 로드 아일랜드 대학 석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박사

-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정청, 농촌진흥청 등 자문위원

김은미

한국식품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 한양대학교 영양생리학 졸업, 고려대학교 식품화학 석ㆍ박사

- 식품외식경제 전문가 컬럼

- 숙명여자대학교, 상명대학교, 용인대학교 등 강의

대안스님

금수암 주지, 조계종 발우공양 총책임자

- 진주국제대학교 식품과학부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 금당 사찰음식차문화원 원장, 대구불교방송교육원 사찰음식 강사

- '열두달 절집 밥상' '식탁위의 명상' 등 사찰음식 서적 저술

태상준·조유진 기자 birdcage@사진_윤동주 기자 doso7@<ⓒ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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