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비상장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활성화를 위해 개설된 프리보드가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도 미비와 신뢰 부족으로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프리보드는 지난 2005년 7월 정부의 벤처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비상장기업의 주권 매매를 위해 만들어진 장외시장이다. 2000년 3월 제3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뒤 매매규정 지정요건 등을 개선해 새롭게 재편됐다. 금융투자협회는 그간 프리보드를 역점사업으로 지정하고 활성화를 위한 투자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문제는 거래 부진이 장기화 되고 있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일 기준으로 연초이후 일 평균 거래량은 39만주, 거래대금은 2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마저도 최근 들어 더욱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5거래일 연속 거래량이 10만주를 하회했고 5월30일에는 일 거래량 3만4709주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달 들어서 거래량은 다소 회복했지만 지난 10일까지 5거래일 연속 일 거래대금이 1억원을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개별 기업으로 살펴봐도 65개 기업 중 매매가 성사되는 기업은 20개 내외 수준으로 3분의 2 이상은 거래가 멈춰있다. 프리보드 기업의 이탈 추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 2005년 62개였던 프리보드 기업은 지난해 71개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현재 65개로 회귀했다. 올해 신규지정 기업은 6개에 불과하지만 지정해제 기업은 두 배인 12개다. 프리보드 지정 해제는 프리보드 유지 요건인 감사보고서 미제출이 주된 이유다. 퇴출이 아닌 자진 탈퇴인 셈이다. 기업들의 이탈추세와 거래 부진으로 지난 2008년 5조7400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도 8분의 1수준인 7200억원으로 줄었다. 현행 프리보드는 ▲감사의견 한정이상 ▲명의개서대행회사의의 계약 체결 ▲통일규격증권 발행 ▲정관에 주식양도 비제한 이라는 네 가지 지정 요건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개별 기업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맞출 수 있는 사항이라 사실상 모두에게 열려있는 시장이다. 그럼에도 참여 기업이 줄고 있는 것은 프리보드 진입에 장점이 없기 때문이다. 거래 실종에 따라 자금조달이라는 목적은 달성하기 어려운데다 부실기업이 적지 않아 이미지 훼손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 비상장사 임원은 "과거 상장폐지 회사들이 프리보드로 옮겨가는 사례가 종종 있어서 시장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편"이라며 "권유를 받은 적은 있지만 주주들의 반대도 있어 프리보드 진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프리보드에 대한 특별한 유인책이 없는 상황이라 장외시장 대비 장점이 없다"며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사실상 실패한 시장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성 기자 jiseo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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