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 입사, 이제부터 시작

2006년 신설된 성균관대학교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졸업생 배출 시작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지난 2006년, 성균관대학교에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생기자 세상이 떠들썩했다. 졸업하면 삼성전자에 입사가 보장되는 파격적인 조건 때문이었다. 삼성전자가 대학에 학과를 개설하는 것 자체도 이례적이었지만, 졸업과 동시에 채용까지 보장하는 것은 기업에게도, 대학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본격적으로 졸업생들이 배출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다시 성균관대를 찾았다. 신설학과에 지원했던 학생들은 4년 동안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반도체시스템공학과 학생들은 삼성전자에서 현재 연구 중인 기술을 바로 배운다.

올해 여름 삼성전자 인턴십을 앞두고 있는 4학년 공민진(23) 학생은 "1학년 때는 커 보이지 않던 차이가 4학년이 되니 눈에 띄게 벌어졌다"고 얘기한다. 기숙사 룸메이트가 하루에도 10장씩 자기소개서를 쓰며, 면접 준비에 취업스터디까지 하는 걸 보면서다. 민진이는 2학년 2학기에 삼성에 입사하기 위한 최소 채용절차를 통과해서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 연구개발직에 입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이번 여름방학을 이용해 5주간 삼성전자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것도 모든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기회다. "다들 입사가 보장된다는 점에 이끌려 이곳을 선택했지만, 실제로 4학년이 돼 주변 친구들이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걸 보니 엄청난 혜택이라는 걸 실감한다"며 "마치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탄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4년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삼성전자 입사 2년차를 맞은 1기 졸업생 김선아 씨도 "진학을 결정할 당시 내가 내린 선택이 얼마나 현명했던 것인지 회사에 다니면서 깨닫곤 한다"고 말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자부하는 데는 단순히 삼성에 입사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진짜 경쟁은 입사 후에 시작된 것이다. 그는 "전공 교육과정이 입사 후 현업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실무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다른 입사 동기들에 비해 훨씬 능률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선아씨와 함께 졸업한 강용석씨도 "입사 후 재교육을 통해 업무를 익히지 않아도 남들보다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명문대라고 하는 곳에서도 지금 대학생들은 거의 10년 전의 공정이나 기술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도체라는 분야는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6개월 전에 사용했던 공정은 이미 구식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대학의 친구들에게 그런 얘기를 들을 때 마다 답답했다"고 말했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 학생들이 '창의적인 공학설계' 수업을 통해 움직이는 로봇을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

 성균관대 반도체공학과 학생들은 일반적인 정보 수준에서 반도체를 배우는 게 아니라 삼성전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연구와 기술을 현장에서부터 바로 배운다. 삼성전자로부터 박사급, 임원급 고급 반도체 인력이 직접 '반도체 소자', '반도체 공정' 등의 교과목을 강의하고, 삼성전자의 기술지원을 받아 '집적회로 설계 실습'도 교육과정에 포함시켰다.  김병성 주임교수는 "첨단 반도체 산업 동향에 근거한 산업체의 수요를 탄력적으로 반영해 이론 및 실습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입학과 동시에 학업과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진수 학생은 "삼성전자 기흥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생산라인까지 속속들이 견학할 수 있었다"며 "대학생이라기보다 예비 직원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졸업 후 보장된 직장도 좋지만 지금 당장 체감할 수 있는 혜택도 크다"며 "등록금이 너무 비싸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대출을 받아야만 하는 경우도 많은데 여기 입학하는 모든 학생들은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2학년까지 인턴십 지원비도 나와 1학기에 300만 원 가량 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반값 등록금'을 의제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다는 사실이 남의 나라 얘기같이 느껴졌다. 기숙사 제공이 기본인 것은 물론이다.  취업 고민과 등록금을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 대신 온전히 자기계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곳. 작아 보이는 차이는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에 타 있는 느낌이예요" 민진이의 한 마디 속에 '에스컬레이터 위에 가만히 서 있으면 계단을 뛰어 오르는 사람보다 빠를 순 없지만,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서 뛰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수원=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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