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지현|날개, 만유를 자유케 하리라

한국화가 김지현 ‘FLY’ 연작… 존재의 해방과 초월의 의미

FLY-의식체계의 안과 밖, 캔버스위에 아크릴릭, 한지, 220×150㎝, 2009.

엄마는 황토로 다져놓은 평평한 정원 마당에 아기를 내려놓았다. 막 걸음마를 뗀 맨발의 아기는 주황색 동자꽃이 신기한 듯 아장아장 꽃밭을 향할 때, 꼬까참새 몇 마리가 그 옆으로 가벼이 내려앉았다. 순간 아기가 온 몸을 던지듯 바쁜 걸음으로 아아∼ 비명 같은 웃음소리를 내자 새들은 후르르 날개를 펴며 창공을 날아올랐다. 아기는 달램에도 아랑곳없이 한참을 창공으로 손을 뻗어 엄마를 보챘다.지나감, 벗어남 그리고 연결의 희망대지는 위대하다고 큰소리를 지르던 사람이, 계속 나무며 풀잎이며 꽃은 땅이 허락한 정다운 정신이라고 할 때 마음들은 풍선처럼 날아올라 갇힌 땅, 메마른 땅 위에 묵묵하게 침묵 같은 실비를 뿌렸다. 바다. 오후의 빛나는 은빛 물결 위 피보다 아까운 ‘내’ 청춘의 시간이 넘실거렸다. 가슴을 파고들며 새김된 이 강렬한 발견의 앞자리로 헛된 욕망의 부스러기들을 후르르 뿌리며, 바다 새들이 날렵하게 다리를 뒤로 쫙 뻗고 지나갔다. “그러나 새들은 하늘로 높이 날면서/세상을 듭니다/새들에게는 지옥이 없습니다/그런데 나의 십자가는 왜 당신이어야 합니까?”<김종철 시, 새>

FLY-대지, 캔버스위에 아크릴릭, 한지, 112×162㎝, 2010.

의식은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적 조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식의 존재 구속성’에서 희망하는 것은 자유로운 부동(浮動)인가. 신기하게도 이 불완전함이 확장의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마치 덜컹거리며 나아가는 역사의 수레바퀴처럼. 상징적인 여러 요인들이 강한 대비를 이루면서 날개를 통해 승화됨을 보여주는 화면. 숭실대 김광명 교수는 “희망과 이상으로 묘사된 바다와 꽃, 구름이 그러하고 날개를 개입하여 해방을 도모한다”라고 평했다.

FLY-정원, 캔버스위에 아크릴릭, 한지, 102×102㎝, 2010.

신파조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왜 벗어남이, 무엇으로부터 벗어남인가. 혹여 의식의 가장 힘겨운 지점은 벗어남 이전의 갇힘을 인식한 그 때는 아닌지. 작가는 “닫혀진 안의 것 그리고 열려진 밖의 것은 작품의 날개를 통해 서로 연결된다”고 메모했다.이 창(窓)을 열면 싱그러운 생명들을 품은 출렁이는 바다가 펼쳐지고 지상의 아픔과 파란 하늘이 겹쳐지고 마침내 근원적인 원(圓)안에서 꽃과 새와 아기와 이상이 융화(融和)된다. “의식은 시간과 공간을 ‘지나감’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서로 다른 분야가 사실은 각각 의식의 서로 다른 스펙트럼 대역에서 이야기를 전개시켜 왔음을 알 수 있듯.” <켄 윌버(Ken Wilber), 의식의 스펙트럼(The Spectrum of Consciousness)> 화해와 상생의 메시지는 격렬했던 시간의 고뇌를 여과한 해방의 첫 문(門)이자 ‘내’ 심상의 소망이기도 하다. 그러니 설령, 스스로 만든 오랜 불편의 경계, 모순의 표정을 지금이라도 허물어 터널을 빠져나오면 바로 그곳엔 불그스레한 깃털로 정원에 앉아 있던 새 한 마리가 날개 없이도 비상(飛上)하며 그대에게 ‘굿모닝’하며 방긋 윙크를 던지지 않지 않을까.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국 권동철 기자 kdc@ⓒ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