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박승대 갈등, SBS 코미디의 구조적 문제

SBS 공채 개그맨 성민(최성민)과 박승대 스마일 매니아 대표간의 갈등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성민이 지난 5일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특정 선배와의 불화로 출연 정지를 받았다고 폭로했고, 그 선배로 지목된 박승대 대표와 SBS 관계자가 이를 반박하면서 양측은 모두 법정 다툼까지 각오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2009년 10월 박승대 대표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 기획작가로 3개월 간 일했다는 것, 어떤 이유로 박승대 대표와 SBS 관계자가 성민의 방송 출연을 막았다는 것이 밝혀진 전부다. 박승대 대표측은 성민이 행사 참여를 위해 회의와 연습에 무단 불참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의 초점은 성민의 방송활동당시의 성실성 여부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지 ‘진실게임’처럼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만을 판단하는 것으로 끝날 성질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SBS 개그 프로그램의 구조적인 문제다. <H3>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캐스팅 문제</H3>성민이 박승대 대표에 의해 출연 정지를 당한 시기는 지난 2009년이었다. 당시 박승대 대표는 침체일로를 걷던 <웃찾사>의 부활을 위해 기획작가로 투입됐었다. 그런데 박승대 대표는 2005년 윤택, 김형인 등 <웃찾사> 개그맨의 노예계약 논란과 함께 <웃찾사>에서 물러났다. 이 때도 개그맨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박승대 대표가 방송 출연을 무기로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인물이 같은 프로그램에서 똑같은 문제로 논란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물론 박승대 대표가 자신의 주장처럼 아무런 잘못이 없을 수도 있다.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데 있다. 개그맨을 매니지먼트하는 소속사의 사장이 개그 프로그램의 작가로 투입돼 캐스팅에 개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SBS가 여러 유명 개그맨을 발굴해낸 박승대 대표의 눈을 믿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감정이든 성실성 문제든 한 기획사의 사장이 임의로 개그맨의 캐스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건 구조적으로 개그맨 캐스팅 기용 절차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안고 있다. <H3>코미디 프로그램의 자생은 극약 처방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H3>
여전히 KBS <개그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끌고 가고 있는 KBS의 예는 구조적으로 최대한 공정성이 보장되는 개그맨 캐스팅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KBS는 시청률과 상관없이 심야시간대에 <개그스타>를 유지, 신인 개그맨을 육성한다. 신보라, 김영희, 송영길 등은 <개그스타>에서 성장해 <개그콘서트>에서도 확실한 자리를 받았다. 또한 <개그콘서트>의 모든 코너는 선후배를 막론하고 연출자와 작가, 그리고 다른 개그맨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선보여지면서 평가 받는다.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시청자, 동료, 제작진 모두에게 인정받아야 출연할 수 있는 셈이다. MBC와 SBS의 공개 코미디가 침체기인 상황에서 <개그콘서트>가 여전한 강자일 수 있는 것은 실력있는 개그맨은 언제든 무대에 설 수 있는 이런 시스템의 힘이 크다. SBS가 시청률 회복을 명분으로 외부 인사를 작가로 영입, 캐스팅 권한을 보장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성민과 박승대 대표의 갈등이나 <웃찾사>의 폐지는 SBS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만드는 대신 시청률 문제를 특정 인물을 통해서만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은 아닐까. <개그콘서트>의 이상덕 작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송사에서도 코미디 프로그램에 신경을 좀 써 줬으면 합니다. 코미디는 결코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아요. 코미디가 ‘대세’가 아니라고 해서 폐지해버리거나 지원을 줄이면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돼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미디에 관심을 갖고 투자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상덕 작가의 말처럼 코미디 프로그램은 한 사람의 힘으로 갑자기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웃찾사>는 박승대 대표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폐지됐고, 오히려 논란만 남았다. 올해 들어 <웃찾사>의 부활 소식이 들려오고, 이에 고무된 SBS 공채 개그맨들이 대학로의 소극장에 모여 새 코너 짜기에 부심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코미디 프로그램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명한 캐스팅 시스템 등을 만들지 않은 채 단기적인 처방에만 그친다면 <웃찾사>와 개그맨들의 비극은 계속될지도 모른다. 10 아시아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데일리팀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