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동계올림픽 유치전 누가 뛰고 있나
강원도민들이 2018 동계올림픽 공식 후보도시의 현지실사를 마치고 출국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평가단에게 대규모 환송행사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
이건희 회장 앞장 조양호·박용성 회장 등 ‘특급 서포터즈’ 회원국 지지 호소이제 딱 한 달이 남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수많은 이들이 뛰고 있다. 특히 국내 유수의 기업인들은 기업 경영의 바쁜 일정에도 국익과 국가 경제의 동반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중이다. IOC 위원이자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명망이 높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유치전의 최전선에서 모든 상황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은 유치 전선의 쌍두마차다. 또한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겸 대한체육회 회장,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 겸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도 대표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기업인들이다.여기에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최문순 현 강원도지사,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 선수 등 각계의 수많은 인사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위원이다. 평소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그는 그동안 숱한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에 큰 공을 들여왔다. 그에게 이번 평창 유치전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경영에 대한 중대 승부수를 띄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자리에 놓여 있다.이 회장에게 평창 유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평창 유치 성공을 통해 과거의 뼈저린 죄를 반성하겠다는 굳은 각오가 있기 때문이다.그는 지난 2008년 7월 삼성그룹 조세 포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았다. 국내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는 IOC 위원의 암묵적 규정 탓에 IOC 위원 직무도 자진 포기했다. 글로벌 CEO를 꿈꾸던 기업인 이건희에게 치명적인 상처였다.이 회장이 실형 선고 이후 평창 유치전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동계올림픽의 개최지 결정은 각국의 IOC 위원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다른 IOC 위원들을 직접적으로 만나 의견을 듣고 대화를 통해 표심을 돌릴 수 있는 힘을 발휘하는 것은 IOC 위원의 임무다.이 회장을 뺀 뒤 남아있는 한국 국적의 IOC 위원이라고는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문대성 선수위원 한 명 뿐이었다. 그러나 문 위원은 2008년에 IOC 선수위원으로 뽑힌 초보 중의 왕초보였다. 세계 정치·사회·경제를 주름잡는 각 나라의 IOC 위원을 포섭하기에는 뭔가 많이 부족해보였다.과거에는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대한체육회 회장) 등 2명의 IOC 위원이 더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 사정에 의해 모두 IOC 위원에서 물러났다.이건희, 격월 해외 체류하며 민간 외교 이건희 회장은 각국의 주요 거물급 인물들에게 유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인이었다. 하지만 그가 IOC 위원의 직무를 자진 포기하자 한국은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이 때문에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는 물론 한국 프로스포츠 연맹 회장단 등 각종 경기 단체가 나서서 이 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다. 특히 동료 기업인이자 함께 IOC 위원으로 일했던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이 특별 사면을 직접 청와대에 건의하기도 했다.결국 이 회장은 2010년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특별 사면됐다. IOC 위원 자리도 다시 찾았다. 죗값을 면해주는 대신 올림픽 유치에 ‘올 인’하라는 정부의 뜻이었다.이 회장은 사면 이후 평창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올림픽 유치와 관련한 공식 일정을 소화했고, 격월로는 해외 유치 활동 길에 오르며 국내외의 유치 열기를 IOC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데 힘썼다. 특히 해외에서는 삼성이라는 기업의 총수가 아닌 대한민국의 민간 외교관이라는 위치에서 유치 활동에 총력을 기울였다.삼성전자 관계자는 “성과에 대한 집념이 강한 이 회장에게 평창 유치전은 두 번 다시없는 기회”라면서 “이 회장의 열렬한 활동에는 두 번의 올림픽 유치 실패로 손상된 개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삼성가(家)에는 또 한 명의 인물이 유치전에 함께 뛰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이다. 김 사장은 지난 3월부터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바쁜 경영 일정에도 빙상 경기가 열리는 현장에는 어김없이 현장을 찾아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는 최근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도 직접 찾아가, 김연아 선수를 격려하고 현지 관계자들에게 평창 지지를 호소했다.김 사장 역시 장인 이 회장과 같은 동선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가 움직이는 길에는 항상 장인 이 회장과 장모 홍라희 여사가 함께 하고 있다. 김 사장은 한국의 동계 스포츠에서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이 효자 종목이라는 점을 감안, 세계 빙상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빙상 스포츠 강국인 한국이야말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의 최적지”라고 호소하고 있다.
‘특급 서포터스’가 떴다<br />
두 번이나 실패를 거듭했던 평창의 눈물을 거두기 위해 그들이 뛰고 있다. (왼쪽 위부터) 이건희, 김재열, 박용성, ‘피겨여왕’ 김연아, 김진선 전 강원지사, 조양호 등 대기업 CEO는 물론 도지사와 스포츠 스타까지 각계 각층의 주요 인사들이 평창의 삼수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조양호, ‘스튜어드식 접근법’ 눈길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이번 평창 유치전은 일생일대 최대의 도전이다.조양호 회장은 섬세하고 세밀한 유치 활동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열린 ‘코리아 하우스’ 개관식에서 조 회장은 IOC를 비롯한 국제 스포츠단체 관계자들에게 손수 음료를 대접하고 평창의 지지를 호소하는 편지까지 써 보냈을 정도다. 곧이어 IOC 평가단이 평창 실사를 위해 한국에 왔을 때는 탑승구 앞까지 손수 마중을 나가 평가단의 환심을 샀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평창까지 가는 버스에 올라 직접 마이크를 잡으며 ‘안내원 겸 사무장’ 역할까지 할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마치 비행기 내의 ‘스튜어드(남자 승무원)’의 서비스를 보는 듯하다.이처럼 열성을 보여온 조 회장의 해외 영향력은 상당하다. 올림픽과 스포츠 외교 분야 뉴스 사이트 ‘어라운드 더 링스(Around The Rings·이하 ATR)’가 지난 1월 발표한 ‘세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높은 25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 회장은 유치 경쟁 도시인 프랑스 안시 유치위원장인 장클로드 킬리, 독일 뮌헨 유치위원장 카타리나 비트 등과 함께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인의 이름을 찾을 수 없던 이 순위에서 그는 단연 돋보이는 인물이다.조양호 회장의 올림픽 유치 도전은 개인적으로도 뜻 깊은 도전이다. 아버지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30년 전 서울올림픽 유치전에서 이룬 꿈을 다시 이룰 기회이기 때문이다.조중훈 회장은 1981년 서울올림픽 유치전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당시 대한체육회 회장)와 더불어 유치전선에서 뛰었던 핵심 인물이다. 특히 조 회장은 서울올림픽 유치에 반대했던 프랑스의 IOC 위원들을 한국의 편으로 돌려 세운 공적을 갖고 있다. 당시 프랑스는 한국의 경제·치안 상황의 불안을 이유로 들며 서울의 경쟁 도시인 일본 나고야를 공개 지지했다.그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을 손수 돌며 관련 인사들을 열렬히 설득했다. 프랑스와 더불어 서울 유치를 반대했던 아프리카 IOC 위원에게는 “같은 개발도상국끼리 서로 돕고 삽시다”라며 설득하기도 했다.이러한 노력 덕분에 서울은 나고야를 두 배 가량의 표차로 제치고 1988년 올림픽 개최권을 따낼 수 있었다. 후안 사마란치 IOC 위원장의 발표 순간 바덴바덴 총회 회의장에서 정 회장과 서로 얼싸 안고 눈물을 흘리며 만세를 불렀던 이가 바로 조중훈 회장이었다.실제로 조양호 회장의 유치 활동 행적을 보면 30년 전 아버지 조중훈 회장의 모습과 거의 비슷하다. 주요 인사 한 명 한 명의 손을 일일이 잡고 친절히 인사하며 차분하게 평창 유치를 호소하는 모습은 아버지와 거의 닮았다. ‘국적 항공사 대표’ 자격으로 얻은 해외 인사들과의 넓은 인맥을 활용해 친화력을 과시하는 모습도 닮았다. 해외 곳곳의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은 민간 외교관이라는 점도 아버지와의 닮은 모습이다.박용성·김진선·김연아 “나도 있소!”조양호 회장은 독일 바덴바덴에서 아버지가 30년 전 눈물로 외친 ‘만세’를 남아공 더반에서 다시 외치는 것이 소원이다.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역시 이번 평창 유치전에 목숨을 걸었다. 한국 체육계의 수장인 대한체육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건희 회장, 조양호 회장과 함께 평창 유치전의 최전방에서 유치 활동에 임하고 있다. 8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내년 런던올림픽 준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등 당면한 스포츠 이벤트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이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가장 먼저 챙길 정도로 열의가 높다.박 회장은 한 때 IOC 위원직을 수행했던 인물이다. 2007년 두산그룹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IOC 위원직, 국제유도연맹 회장직을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아직도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그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최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개최 후보지 IOC 최종 브리핑 현장을 찾은 박 회장은 현장에서 만난 각국의 스포츠 관계자들과 반갑게 해후하며, 평창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동계올림픽 유치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100여명의 IOC 위원 중 박 회장과 친분이 있는 인사는 무려 80명에 이른다. 오랫동안 IOC 위원으로 일해온 덕분이다.김진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특임대사는 기업인들 틈에서 돋보이는 정통 관료 출신 인사다. 그는 국내 지방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3선을 달성한 인물(1998~2002, 2002~2006, 2006~2010 강원도지사 역임)이다.도지사 역임 당시부터 그가 줄기차게 외쳤던 것은 동계올림픽 유치였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통해 강원도를 세계에 알리고, 낙후한 강원도 경제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오랜 소망이었다. 그에게 평창 동계올림픽은 미완의 꿈이다. 2003년과 2007년의 패배는 모두 자신의 임기 중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12년의 임기 내내 강원도 곳곳을 돌며 도 일대의 동계 스포츠 인프라 구축에 발 벗고 나선 결과, 강원도는 세계가 주목하는 동계 스포츠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원도에 다시 돌아온 것은 쓰라린 패배였다.김 대사는 “300만 강원도민에게 진 빚을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갚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세계를 매혹시킨 피겨여왕 김연아는 현역 동계 스포츠 스타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빼어난 실력과 외모 덕분에 그녀를 향한 인기는 이미 국가와 연령을 초월한 지 오래다. 김연아는 최근 열린 IOC 최종 브리핑에서 동계올림픽에 대한 자신의 꿈을 전달해 큰 박수를 받았다. 김연아는 훈련 일정의 대부분을 캐나다와 미국에서 소화한 덕에 영어 실력이 유창하다. 해외 관계자들은 다른 기업인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김연아의 유창하고 깔끔한 영어 프레젠테이션에 가장 높은 호응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이코노믹 리뷰 정백현 기자 jjeom2@<ⓒ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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