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 지난해 8월 마포구 상암동 재개발지역에 있는 다가구주택. "할머니, 돌봄이 왔어요." 독거노인 돌봄이 박혜자(45) 씨는 홍복수(86) 할머니 집을 방문했다. 문에 쳐진 발을 거두고 집 안으로 들어서자 방안에서 톡 쏘는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할머니 옆에 먹다 남은 것으로 보이는 밥상 위 무나물에는 하얗게 곰팡이가 피어올라 썩고 있었다. 박씨는 신속히 할머니를 응급센터로 옮겼고 다행히 큰 화는 막았다. 상한 음식으로 인한 식중독과 탈수현상이 겹친 것이다. 연일 34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선풍기 조차 없는 생활을 하던 홍 할머니가 상한 반찬을 먹고 탈이 난 것이다. 폭염주의보로 식품관리에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경고가 이어졌지만 라디오조차 없는 단칸방에 고립된 할머니는 알 길이 없다. 홍 할머니를 비롯한 서울시 20만 독거노인들은 장마와 찜통더위에서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의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폭염과 집중호우, 황사 등이 빈번하게 출현하는 이상기후 시대에 취약계층의 건강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상청(청장 조석준)은 이러한 정보취약계층의 피해사례를 줄이기 위해 지난 1일부터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여름철 건강관리에 필요한 '생활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여름철 폭염과 강한 자외선에 쉽게 노출되는 독거노인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생활기상정보' SMS 서비스는 기상청이 자외선지수, 식중독지수 및 불쾌지수를 서울시와 시내 25개 구청의 노인복지 담당공무원과 600여 명의 '노인 돌봄이'에게 휴대폰 메시지(SMS)를 전달된다. 통보된 메시지는 돌봄이 등을 통해 약 20만 명에 달하는 독거노인들에게 전달된다. 돌봄이들과 공무원들은 '식중독지수 위험. 음식물 섭취 시 주의요망' '자외선 지수 위험. 가급적 외출 금지 요망' 등 기상청의 정보성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담당 독거노인을 찾아가 내용을 반드시 전달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냉방장치가 있는 주민센터 쉼터나 공공기관으로 유도해 더위를 피하게 돕는다. 보건복지부 질병의학과 조사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460여개)을 대상으로 폭염피해 상황을 조사한 결과(기간:'10.8.1~'10.9.10) 전체 455명 중 60대 이상이 131명을 차지했다. 그 중 실내에서 사고를 당한 경우는 70명으로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돌봄과 부양이 필요하다.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신종환 박사는 "노인들은 폭염이 닥쳐올 경우 야외활동 시간을 줄이고 끼지 않는 헐겁고 밝은 색의 옷을 입는 것이 좋으며 체내에서 열을 발생하는 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탄수화물 섭취를 늘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유진 기자 tin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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