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회장 등 철강업계 CEO "한치 앞도 모르겠다" 어려움 토로IT기업 맞먹는 스피드 경영 체제 구축 박차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업앤다운 시그널을 잡기 힘들 정도로 철강경기 사이클이 짧아졌다."지난 28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경정공원에서 열린 '철강사랑 마라톤 대회'에서 이수일 동부제철 부회장은 최근 경영환경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어려움을 토로했다.올라가는 것 같으면 다시 내려오고, 내려왔다 싶으면 다시 올라가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경기 사이클은 제품가격의 최고치와 최저치간 기간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주기를 말한다. 특히 철강 경기 사이클은 1970년대 석유 파동이후 전체 경기 변동과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기간이 단 기간에 짧아졌다는 것이다.포스코경영연구소(POSRI)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1980년부터 현재까지 철강 경기 사이클은 총 10회에 걸쳐 순환기를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즉, 1980~1989년 기간 최고가와 최저가간 주기는 92개월, 1989~1995년 기간은 76개월이었다. 하지만 1995~1998년 기간 32개월로 짧아지더니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한 2006~2009년에는 11개월을 기록했다. 여기에 업계 관계자들은 2010년대 들어 이 기간은 최단 1개월까지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IT경기의 바로미터인 D램 가격에 버금갈 만큼 변동성이 극대화한 것이다.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취임 후 수 차례에 걸쳐 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정 회장이 취임한 지 2년여 기간 동안 포스코는 지난 40여년간 이어오던 원료 구입, 철강제품 판매가격의 연간 협상제를 3개월에 이어 수시 협상제로 전환했다. 매주 전 임직원이 참석해 주재하는 비상경영회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시장 상황의 정확한 파악을 위해 동향 분석 인원을 늘리고 있다. 이는 현대제철이나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도 마찬가지다.경기 사이클의 단축은 철강업계 생산체제의 대대적인 혁신을 강요하고 있다. 메이저 광산업체들이 원료 가격 급등을 주도하는 데다가 중국과 개발도상국들의 대대적인 설비투자로 철강산업은 이미 공급과잉 국면에 돌입했다. 대체제가 풍부해지자 수요업체들은 개별 제철사에 대한 충성도를 낮추고 있다. 철강업체들이 지난달 주요 제품의 내수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점이 대표적인 예다.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사태로 대표되는 대재앙 등의 변수가 철강사 경영에 상수로 자리매김할 조짐이다. 지진 발생후 일본 철강사들의 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고부가가치 철강제품이 공급 부족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기 짜여진 계획대로만 제품을 만드는 한국과 중국 등 철강사들의 현 생산 시스템은 이 같은 상황을 기회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여기에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투기세력들이 철강업종에 눈을 돌리면서 가격 거품을 만들고 있는 점도 CEO들의 고민거리다.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시장이 실시간으로 변하니 경영을 책임지는 CEO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포스코 등 철강사들도 기술개발 주기를 단축하고, 스마트워크 프로세스를 조기 구축하는 등 스피드 경영 체제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채명석 기자 oricms@<ⓒ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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