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에 보내는 가정통신문, 이제 모국어로 번역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전국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학생 수가 7177명으로 가장 많은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박모(7)군은 최근 엉뚱한 준비물을 들고 학교에 갔다. 한국말은 잘하지만 한글에는 서툰 필리핀 출신 어머니가 가정통신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었다. 체육시간 준비물인 공대신 곰인형을 가져간 박군은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아야 했다.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이 겪는 이런 어려움이 앞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여성가족부(장관 백희영) 다문화가족과는 경기, 강원, 충청 지역 등에서 가정통신문을 중국어, 필리핀어 등으로 번역해 보내는 '다문화가족 자녀를 위한 가정통신문 번역 사업'을 내달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25일 밝혔다. 한글이 익숙지 않은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이 가정통신문을 잘 이해하지 못해 자녀 학습 지도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시범 운영 기관은 경기 안산시 원곡초등학교, 강원 원주시 동화초등학교, 충남 아산시 금곡초등학교, 전북 익산시 꽃동산어린이집 등을 포함해 전국 7개 지역에 있는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7곳이며, 운영 기간은 5월부터 12월까지다. 이들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은 해당 지역에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통번역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매달 1번 가정통신문을 중국어, 베트남어, 필리핀어 등으로 번역해 학부모에게 보내게 된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안산삼성어린이집은 2007년 3월 개원 때부터 가정통신문을 중국어로 번역해 학부모들에게 보내왔다. 다문화가정 밀집 지역인 국경 없는 거리에 자리한 안산삼성어린이집에는 중국, 베트남, 태국, 몽골 등 5개국에서 온 다문화가정 자녀 43명이 다닌다. 정원 132명 가운데 30%가 넘는 원생이 다문화가정 자녀인 셈이다. 이은희 안산삼성어린이집 원장은 "한주간의 교육 활동 내용이나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등을 담은 가정통신문은 어린이집과 학부모들이 소통하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에 그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면 큰 문제일 수 있다"며 "안산삼성어린이집은 개원 때부터 선생님들 사이에 다문화가정 자녀가 1명이라도 들어온다면 이런 부분을 신경써줘야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그나마 안산삼성어린이집처럼 규모가 큰 곳에서는 가정통신문을 번역해서 보내는 일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다문화가정 자녀 1~2명을 원생으로 둔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라며 "여성가족부에서 시범 운영하는 가정통신문 번역 사업이 흐지부지되지 않고 잘 이어져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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