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한국은 '남이 찍어준 도장'이라는 브랜드의 어원처럼 남이 만들어준 브랜드를 우리의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국가브랜드위원회(원장 이배용) 주최로 열린 '저명인사 초청 강연'에 연사로 초청된 이어령(사진) 이화여대 석좌교수(문화체육관광부 초대 장관)는 '우리가 정말 한국을 아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브랜드'라는 말의 어원을 화두로 꺼냈다. 이 교수는 "예전 유럽 사람들은 자신의 가축을 남의 것과 구별하려 가축의 몸통 일부를 지져 표식을 만들었는데 여기서 '브랜드'라는 말이 나왔다"며 "브랜드라는 말에는 '남이 찍어준 도장'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우리가 지금 한국의 브랜드라고 내세우는 것들도 살펴보면 모두 다른 나라가 만들어준 한국의 이미지인 경우가 많다"며 "남이 찍어준 도장을 몸에 지니고 평생을 사는 가축처럼 남이 만든 브랜드를 우리의 브랜드인냥 내세우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브랜드화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를 호메로스의 부재에서 찾았다.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누군가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호메로스 같은 인물이 없기 때문에 브랜드화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호메로스가 없었던 한국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와 같이 중국이나 서양 선교사들이 만들어준 한국의 이미지를 우리의 브랜드인 것처럼 여겨 왔다"며 "이제는 우리의 문화를 담은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야기는 호메로스에서 한옥으로 넘어갔다. 이 교수는 한국 문화의 특징은 '융합'에 있다며 일본식인 남방계와 중국식인 북방계 집을 절충해 만든 한옥을 예로 들었다. 한국의 대표적 건축물인 한옥은 일본과 중국의 문화를 잘 합쳐서 만든 '융합 문화'를 대표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다른 예로 한국의 지리적 위치를 꺼내 들었다. 섬나라인 일본과 대륙의 나라인 중국과 달리 한국은 바다와 땅을 모두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독특한 반도 문화, 융합 문화를 가졌다는 게 이 교수의 말이다. 그는 "우리의 반도 문화, 융합 문화의 특징을 잘 살려 국가 브랜드화에 나선다면 21C에 맞는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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