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설사 줄도산 내모는 PF뇌관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동일토건, 월드건설, 진흥기업, LIG건설 등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제는 건설면허 1호 업체인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 2009년 이후 시공능력 평가 100위권 건설사 가운데 28개사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상태다. 주택 및 건설경기 전망이 여전히 어두워 건설업체의 부도 사태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체들의 잇단 도산을 부른 주 요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의 장기화다. 미분양과 미입주, 공실률 등이 크게 늘어나면서 부실이 쌓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수익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벌이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건설사 스스로의 탓이 크다. LIG건설과 삼부토건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만기가 돌아온 PF 자금을 막지 못해서다. 올해 만기인 PF 대출만도 14조7000억원에 달한다. PF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건설업계의 줄도산은 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금융권의 책임도 건설업체 못지않다. 사업의 타당성을 철저하게 평가하지도 않은 채 담보를 잡고 대출을 해주고 리스크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는다. 건설사들의 잇단 도산은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대출금 회수에 집착하면서 불을 질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설사들의 생존을 위한 협력 방안을 함께 찾아보려 하지 않고 부실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몸만 사린다는 것이다. 건설업체들의 도산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의 부실화는 물론 하도급업체, 입주 예정자들이 피해를 입는다. 건설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줄도산 사태를 좌시할 수 없는 이유다. 옥석을 가려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은 도태시키되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무너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무엇보다 자산 매각, 분양가 할인, 부실사업 정리 등 건설사들의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PF 시스템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건설사에만 빚보증을 서도록 할 게 아니라 금융권도 직접 지분 투자에 나서 책임을 나누는 등 PF의 구조적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 회생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면 PF 만기 연장 등으로 숨통을 틔워주는 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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