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엊그제 기자들과 만나 "스마트폰을 금융업무ㆍ쇼핑 등으로 다양하게 쓰면서 요금을 낼 때는 모두 통화료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라며 "복합문화비 개념에서 볼 때 스마트폰 요금이 비싼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굉장히 싼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연임 취임사에서 "이동전화 가입비와 기본료 인하를 추진하는 등 국민의 통신료 부담을 덜겠다"고 말한 것과 정면 배치된다. 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통신요금이 떨어지길 기대했던 국민들은 그의 오락가락하는 말에 배신감까지 느낀다. 통신요금 인하 추진 발언을 한 달도 안 돼 뒤집으려는 시도로 보이는 탓이다. 정부는 석유값을 내린다며 대통령과 장관들이 나서고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요란을 떨며 구성한 정부 합동 통신요금 대책반도 흐지부지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또 최 위원장은 통신료 인하와 관련해 "구글과 애플이 카드사를 인수하는 등 통신산업은 이제 경계가 없는 복합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망 고도화 등 투자도 해야 하는데 수익이 난다고 무작정 요금을 내리라고 (사업자들에) 강하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업계의 대변인 같은 말이다. 통신업계와 소비자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사실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해 현재 통신망은 과부하로 폭발 직전 상황에 처해 있다. 태블릿PC까지 가세하면 이통통신사 네트워크가 위기에 처할 전망이다. 그러나 데이터 사용량의 폭증을 초래한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이통사들이 요금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때문이다. 이통사들이 많은 데이터 사용량을 전제로 요금을 높게 책정해놓고 데이터 과소비를 부추긴 것이다. 비싼 요금이 아까워 소비자들이 더 쓰니까 이제는 3세대 망 투자를 더 해야 하니 가격을 내리기 힘들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다. 더욱이 업계의 논리를 통신정책을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장이란 사람이 그대로 반복하니 소비자는 배반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통신업계는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도록 다양한 통신요금 체계를 내놓는 게 먼저다. 이를 위해 업계를 채근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