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백희영 여성가족부장관의 주례로 '다문화가족 합동 결혼식'이 열렸다. 뒷줄 가운데가 백 장관, 오른쪽 옆이 이번 결혼식 비용을 지원한 이범수씨. 앞줄 가운데가 김정우ㆍ틴티엔씨 부부.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오주연 인턴기자]30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에스티아웨딩홀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베트남 '새색시' 틴티엔(25)씨가 결혼식장으로 들어서려는 순간이었다. 결혼을 한 뒤 6년 만에 올리는 결혼식. 그의 친구들이 기쁨에 찬 목소리로 입장을 반겼다. 틴티엔씨 눈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이날 결혼식의 주인공인 틴티엔씨는 20살이던 2006년 김제에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김정우(44)씨를 만나 한국으로 오게 됐다. 베트남에서는 결혼식을 올렸지만 한국에 와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따로 식을 올리지 못했다. 이들 부부는 그동안 다섯살 난 아들과 3살 된 쌍둥이 딸을 낳고 5년이란 세월을 정신없이 지내왔다. 김씨 역시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하는 아내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아이를 낳고, 어머니 병간호를 하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틴티엔씨는 타향살이의 설움과 면사포도 제대로 못 써본 아쉬움을 동시에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고 모진 세월을 묵묵히 버텨왔다.김씨와 틴티엔씨가 6년 만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데는 영화배우 이범수씨와 여성가족부 위탁기관인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이하 지원단)의 도움이 컸다. 이씨는 지난해 7월 결혼식을 올리면서 축의금 전액을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에 기부했다. 한국에 정착하려 결혼 이민을 온 여성들이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결혼생활을 하는 게 안타까워 내린 결정이었다. 지원단은 이달 초부터 전국에 있는 다문화 지역 센터 200곳의 신청을 받아 틴티엔씨 부부를 비롯한 3쌍을 '다문화가족 합동 결혼식' 대상자로 선정했다. 최근 김제 다문화 센터로부터 이번 결혼식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은 틴티엔씨는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결혼식에서 만난 틴티엔씨는 "6년 만에 결혼식을 올리게 돼 기분이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씨도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해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 결혼식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기쁜 내색을 했다.이번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은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함께 결혼생활을 하려면 많은 갈등을 겪는데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다문화 가족은 더 힘들 것"이라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결혼생활을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이어 "베트남에는 결혼 전 남편이 신부집에서 얼마 동안 살면서 결혼 준비를 하는 풍속이 있다"며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들은 이를 잊지 말고 아내를 배려하는 결혼 생활을 해나가야한다"고 덧붙였다.성정은 기자 jeun@오주연 기자 moon17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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