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피격된지 26일로 1주기를 맞이한다. 당시 천안함에 탑승한 104명 가운데 46명의 대한민국 아들들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와 온 국민을 분노와 슬픔에 휩싸이게 했다. 58명이 살아남았지만 이중 하사 1명과 병장 7명은 전우를 잃은 아픔을 안은채 전역했다. 나머지 장병 50명은 해군 각 부대에 분산 배치돼 복무중이며 최원일 함장은 함정에서 내려와 계룡대에 있는 역사기록관리단의 기록물 관리위원으로 군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천안함 피격사건은 우리에게 크고 작은 변화를 주기도 했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군의 전력 ▲국민의 안보의식 ▲동북아지역 정치구도에는 변화를 가져왔지만 ▲북한의 남침도발위협 ▲끊임없는 천안함의혹 ▲아물지 않은 유가족 아픔은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다.천안함 피격사건이 우리에게 가장 큰 변화를 준 것은 우리군의 전력이다. 군의 대비태세도 '미래 잠재적 위협'에서 '현존하는 북한위협'으로 전환해 '국방개혁 307계획'을 마련했다. 계획안에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에 타격 및 감시전력을 대폭 보강하는 것은 물론 서북도서 방어임무를 책임질 '서북도서방위사령부'창설계획까지 담겨있다. 연평도 포격 등을 감안해 K-9자주포 증강은 물론 북한의 장사정포와 해안포를 감시하는 신형 대포병탐지레이더 '아서'가 내년초 추가 배치된다. 북측 해안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해안포를 격파하기 위해 사거리 25km의 스파이크 52발도 도입된다. 수중으로 기습 침투하는 북한의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호위함과 초계함에 기존 소나와 다른 어뢰음향대항체계(TACM)가 탑재된다. 일부 국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천안함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안보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6월 6.25 60주년을 맞아 여론조사를 한 결과 성인응답자의 61%가 '북한을 경계 또는 적대대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같은 조사때의 39%에 비해 22%가 증가한 수치다. 또 성인의 89%는 한미동맹이 안보를 위해 중요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안보교육을 해야한다고 나타났다. 동북아 정치구조도 많이 달라졌다. 천안함피격사건 발생 직후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를 취하던 러시아와 중국은 어느새 북한의 지지자로 재등장했다. 당시 중국은 의장성명에 확실한 선을 긋지 않고 중립적인 태도로 서 있었다. 이 때문에 한중관계는 어색해지기만 했고 1992년 수교 이래 18년간 발전해온 대중관계가 ‘올스톱’ 했다. 특히 중국은 한미합동훈련으로 미국의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을 서해에 배치하자 크게 반발하고 나서며 센카쿠열도의 영유권과 남중해권의 제해권을 들고 나왔다. 이 때문에 주변국들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더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일본도 미일관계를 재정립하고 동맹관계가 더 강화시켜나갔다. 동북아 정치구도가 북·중·러와 한·미·일로 선을 명확히 그은 것이다. 천안함 1주기를 맞이했지만 시간일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북한은 연초부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나 아태위 통지문 등을 남북대화를 연이어 제의하고 있다. 천안함피격사건 이후 대북제재조치가 이뤄지자 더 이상 국제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의 연이은 대화공세에도 군사적 도발위협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25일 "서해 5도에서 50~60km정도 떨어진 황해도 고암포 일대에 해군 기지를 건설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지난해 여름 위성 등 정보망을 통해 탐지된 이 기지가 공기부양정을 이용한 특수부대의 침투기지로 운용하기 위한 것인지 파악 중이다. 특히 이기지는 러시아제 무레나급 공기부양정 70여척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기지로 알려졌다. 공기부양정 70여척은 전차 20여대와 특수부대 4000명 이상을 동시에 침투시킬 수 있는 규모다. 천안함피격사건을 조사한 민관합동조사단 결과에 대한 의구심도 변하지 않았다. 지난 23일 백낙청 서울대명예교수 등 97명은 성명을 내고 "천안함 진상조사 작업은 단기간에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국회가 국정조사 등의 방법으로 검증에 나서야하고 관련국과 북한의 참여까지 허용하는 국제적 검증작업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도 지난해 6월 천안함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공개서한을 유엔과 안보리 15개 이사국에 보낸바 있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생존 장병들은 많은 논쟁 등에 묻혀 슬픔만 더 쌓였다. 천안함 피격사건의 생존 장병인 박연수(28.해군사관후보생101기) 대위와 김수길(37.해군부사관144기) 상사는 천안함 1주기를 1주일여 앞둔 18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1년간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이같이 대답했다.박 대위는 이날 오후 평택 2함대사령부 부두에서 가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생존 장병들이 가장 힘들었던 것은 과장되고 왜곡된 기사였다"며 "사회 친구들, 어떤 경우에는 가족과 친척들까지 그런 잘못된 사실을 마치 사실인 양 나에게 질문해왔을 때 그런 상황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토로했다.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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